▲드라마 <눈물의 여왕> 스틸 것.
tvN
조금 더 가미된 양념이 있다면 여주인공 홍해인이 걸린 불치병에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남편 백현우의 노력으로 외국의 한 병원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통해 수술받을 수 있게 되었으나 수술 여부를 두고 둘은 갈등하게 된다.
그 부작용은 다름 아닌 기억 상실이었다. 종양의 범위가 넓은 만큼 수술 이전의 기억들도 모두 제거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두 주인공과 가족들은 망연자실한다. 소중한 추억들과 인생의 모든 시간들을 잃어버리고 심지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조차 잊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고민할 때 참 쉽지 않은 선택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사람 목숨이 중요하니 기억을 잃더라도 수술을 받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정말 나로 사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만일, 영영 기억을 되찾을 수 없다면?
사랑으로 쌓아 올린 기억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죽음과도 같다. 사랑을 대단히 철학적인 지식으로 정의할 수는 없을지라도 우리가 기억이라는 것에 의존해 사랑의 감정을 소유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사랑한다는 건, 어쩌면 사랑하는 이와의 기억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되새기는 것이 아닐까 한다. 흔히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 한다. 좋은 기억도 나쁜 기억도 세월이 흐르면 잊히거나 희미해진다.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관계는 권태감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그 시작은 사랑하는 이와의 소중한 추억들을 상실하면서부터가 아닐까.
사랑이 변하지 않게 지킨다는 건, 실제적으로는 서로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기억들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함을 의미한다.
사랑의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설레고 뜨거웠던 그때를 그리워만 해서는 안 된다. 너와 내가 가진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도록 매일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랑은 기억을 먹고 자라기 때문이다.
사랑해서 결혼을 한다. 그렇다면 결혼하고 나서는 더 열심히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맞다. 사랑했던 시간들을 조금만 더 선명하게 그릴 수 있도록 힘써 보자. 기억을 더듬어 꺼낸 추억의 조각들을 잘 맞추어 오늘도 사랑해 보자. 그 시간들 역시 잘 저장해 두면 내일도 모레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기억을 소중히 되새기는 것이야말로 서로가 서로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 행위가 아닐까 생각한다.
가만히 놔두면, 없어지고 무뎌질 수밖에 없다. 사랑의 기억을 잘 돌보고 간직한다면 우리 역시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새로운 삶을 얻어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리라 믿는다. 그것만이 다시 심장 뛰는 사랑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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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서 결혼하는데 결혼하면 왜 사랑을 안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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