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자들이 자주 접하는 청소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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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퇴근 후 나눔돌봄사회적기업협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김상은(가명, 61세)님은 미소가 부드러운 밝은 분이었다. 일을 마친 저녁 시간이라 피곤하실텐데도 약속 시간에 맞춰 와주셨다.
- 언제부터 일을 시작하셨나요?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면서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가 큰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인 40대에 다시 일을 시작했어요. 홈닥터 회원이 된 지 벌써 18년이나 되었네요. 처음에는 가사로 시작해서 베이비시터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병행하고 있어요."
- 18년차 베테랑이시네요. 처음 키워준 아이는 많이 컸겠네요.
"돌 전후에 시작해서 지금 고2가 된 아이가 있어요. 처음에는 종일 봐주었는데 지금은 오후에만 가서 돌봐주고 있어요. 맞벌이 가정이라 조부모님과 함께 키운 셈이에요. 지금도 가족같이 지내요."
- 정말 오랜 세월 함께 하셨네요. 고등학생이 되어도 돌봐줄 게 있나요? 조부모님 돌봄도 함께 하시는건가요?
"네, 믿고 맡겨주셔서 그렇게 되었네요. 저도 조부모님을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부르고 아이도 저를 이모라고 불러요.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셔서 집안일과 심부름 정도 해드리고, 아이가 학교 다녀오면 간식 챙기고 학원 시간 맞춰 준비시키는 일도 하고 있어요."
- 가사업무는 고객의 상황에 따라 업무의 내용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청소, 빨래, 설거지, 재활용 배출 등인데 고객에 따라 요구하는 게 차이가 커요. 대부분 본인이 하고 도움이 필요한 것만 요구하는 분도 계시고 거의 하지 않는 분들도 있어서 다르죠. 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경우는 조금 손이 더 간다고 볼 수 있죠."
그동안 가사·돌봄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나마 여성노동계의 끈질긴 요구로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제외된 가사·돌봄노동자는 '가사근로자의고용개선등에관한법률'의 서비스 제공기관에 소속된 경우와 협동조합의 조합원인 경우만 최저임금 등의 노동관계법이 적용되고 있다. 사회적 돌봄의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가사·돌봄노동자의 임금은 7~8년전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경력도 인정받지 못한다.
가사·돌봄노동자 중에서도 이용자의 호출로 일을 하는 방문형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정이 더 심각하다. 통계청의 지역별고용조사(2023. 상반기)에 따르면, 방문돌봄 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128만 원으로 전체 노동자 임금(304만 원) 대비 42.3%에 그친다. 김상은님과의 인터뷰에서도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현재 몇 가정을 맡고 계시고 임금은 어떻게 책정이 되나요?
"지금 4개 가정 일을 봐주고 있어요. 가사는 4시간에 5만 원이구요. 베이비시터의 경우 아이가 어릴 때는 9시 출근해서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일하니 월급제로 했구요. 지금은 오후에만 가니 가사일과 동일하게 받고 있어요. 현재 일주일에 26시간 정도 일하고 있네요. 조금 더 늘리고 싶은데 마음 같이 잘 안되네요. 임금도 7~8년전부터 동결이에요. 제 임금만 빼고 다 오르네요.(웃음)"
- 꽤 오래 일하셨는데. 경력은 인정받지 못하시는 건가요?
"그렇죠. 저희는 1년차나 10년차나 똑같아요."
- 안타깝네요. 요즘 가장 힘든 부분은 있다면요?
"사실 일은 익숙해져서 힘든 것 별로 없어요. 힘들다면 일이 줄어서 가장 힘들죠. 베이비시터 일이 많을 때는 풀타임으로 하고 주말에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어서 수입이 300만 원 이상이었는데 요즘은 가사일까지 하는데도 120~150만 원 수준이에요. 홈닥터 연계 일 외에도 앱으로 연계한 일을 하는데도 일이 계속 줄고 있네요. 경제가 어려워서 더 그런 거 같기도 하구요. 몸이 아파서 일을 잠시 쉬었는데 그 후로 더 줄었어요. 공백 기간이 생기면 일거리 찾는데 더 어려움이 생기는 것 같아요. 또 인터넷 사용이 익숙하지 않으니 앱을 통한 연계가 쉽지 않아요."
- 개인이 일자리를 찾아서 연결하는데 한계가 있죠. 구청이나 전문기관에서 수요를 파악해서 연결시켜 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초기에는 그런 요구도 많이 했어요. 이동 시간도 만만치 않아요. 가능하면 1시간 거리 이내로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되죠. 요즘은 사설업체 앱을 이용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1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스케줄 관리가 너무 어려워요."
정부는 돌봄노동자의 열악한 임금 및 경력관리체계를 개선하기는커녕 외국인 가사도우미제도 도입과 최저임금 제외 카드를 들고 나왔다. 때마침 국책은행인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제출하여 정부의 차별적 인력정책에 밑그림을 그려주었다. 이에 대한 김상은님의 의견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