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 책 표지.
성낙선
어승생오름이 '대표 오름'으로 꼽힌 이유
<어승생오름, 자연을 걷다>는 지질학, 식물학, 동물학, 여행 등 4개 분야에서 일하는 4명의 전문가들이 모여서 각각의 전문 분야를 살려 만든 책이다. 4명의 전문가로는 지질학자인 안웅산, 식물학자인 송관필, 동물학자인 김은미, 여행작가인 조미영 등이 참여했다. 그림은 송유진 작가가 그렸다.
제주도에는 모두 360여 개의 오름이 있다. 그 오름들을 모두 하나하나 세밀하게 살펴보는 게 쉽지 않다. 그 오름들을 매일 하나씩만 골라서 돌아본다고 해도 꼬박 일 년이 걸린다. 아무리 제주도를 잘 아는 전문가들이라고 해도, 그 오름들을 모두 소개하는 책자를 만드는 데는 상당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궁리 끝에, 첫 번째 작업으로 "제주도를 대표할 만한 오름"을 하나 고른다. 그게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어승생오름'이다. 전문가들은 어승생오름을 "제주인의 삶과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중략) 지질, 식물, 동물, 인문 등 모든 분야에서 제주의 오름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오름"으로 꼽았다.
실제 어승생오름은 360여 개의 오름 중 규모가 큰 편에 속하고, 아직까지 훼손이 덜 된 상태로 남아 있다. 그런 만큼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들이 꽤 많은 오름이다. 그 이야기들이 잔잔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오름을 그냥 동네 뒷동산쯤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다.
오름이 생겨난 역사부터 상식을 흔든다. 제주도 오름을 한라산이 형성된 뒤에 생긴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그런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한라산이 형성되는 과정 사이사이에 주변 오름들이 생겨났다는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어승생오름도 한라산보다 먼저 만들어졌다. 크기는 작아도 나이는 형뻘에 속한다.
오름이 구성 물질과 형태에 따라 분석구, 용암순상체, 용암돔, 응회환, 응회구, 마르 등으로 나뉜다는 것도 재밌다. 그중 '분석구'가 84%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 어승생오름 역시 분석구에 속한다. 어승생오름과 달리 성산일출봉은 응회구, 산방산은 용암돔에 속한다. 둘 다 특이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 이들 오름이 왜 그렇게 생겼는지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