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남본부는 24일 오전 창원노동회관 앞에서 중대재해 사업장 규탄 투쟁 출정식을 가졌다.
윤성효
올해 들어 조선소에서 죽음이 잇따르자 노동자들이 "스스로 지키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김은형)는 24일 하루 동안 경남지역 중대재해 현장을 찾아 순회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 24일까지 전국에서 조선소 노동자 13명이 폭발·깔림·끼임·추락·맞음 등의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이는 2023년에 비해 4배 이상이다. 2023년 같은 기간 전국 조선소 중대재해 사망는 3명이었다. 올해 사망자 13명 가운데 9명이 고용노동부 통영지청 관할인 거제·통영·고성지역 조선소에서 발생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1월 12일 한화오션 1명, 18일 삼성중공업 1명, 24일 한화오션 1명, 2월 5일 HSG 조선해양 1명, 12일 현대중공업 1명, 4월 27일 초석HD 3명, 5월 9일 금강중공업 2명, 9일 현대삼호중공업 1명, 13일 대선조선 2명이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아침 창원노동회관 앞에서 '순회 투쟁 출정식'을 열었다. 이어 최근 중대재해가 발생한 거제 초석HD와 고성 금강중공업을 찾고, 통영고용노동지청 앞에서 '규탄 결의대회'를 연다.
김은형 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악을 막고, 죽지않고, 다치지 않고, 병들지 않는 안전한 일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결의하고 투쟁을 해왔는데, 그것이 무색하게 올해 들어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통영고용노동지청의 미흡한 대처와 자본의 거부로 재발방지를 위한, 금속노조 거통고조성하청지회를 포함한 노사대책회의는 열리지 못했다"라며 "이대로면 반드시 또다시 노동자의 죽음이 일어난다고 불안한 예고를 했듯이, 사망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야 말았다"라고 했다.
그는 "조선소 사업장 내 13명의 노동자들이 중대재해로 연속해서 사망하는 어처구니 없는 억울한 죽음으로 이어졌고, 그 가운데 경남지역에서만 9명이나 사망했다"라며 "이대로면 더 많은 죽음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이제 더 이상 중대재해는 안된다는 심정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경남)일반노조 위원장은 "2017년 발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사고, 옛 STX조선해양 도장작업 중 폭발사고가 잇따르자 '조선업 중대산업재해 국민참여 조사위원회'가 2018년 4월 낸 보고서에서 '사망사고 하청 노동자에 집중', '재해 유형 반복', '행정처분 관대'를 주요 사항으로 지적했다"라며 "그런데 올해 발생하고 있는 중대재해의 원인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대 재해의 근본 원인은 안전을 위배하는 무리한 공정진행과 안전책임이 없는 재하도급 확대, 원·하청의 안전관리 책임과 역할 불명확, 과도한 하청노동자의 증가 등이다"라며 "정부의 대책은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러면 이후에도 절대로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 뻔하다"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결의문을 통해 "초석HD 사업장에서 폭발로 사망한 3명의 노동자와 금강중공업에서 121톤 철판에 깔려 사망한 2명의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업주는 구속되지 않고 이윤을 얻고 있다"라며 "고용노동부는 수사 중이라는 답변만 할 뿐이다. 노동자가 희생당한 공장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가고 있다. 개탄스러운 현실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통영고용노동지청을 규탄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조선소 사망자를 발생시키고도 통영지청장은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 없다"라며 "통영지청장은 책임을 지고 사과하고 물러나야 옳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 정부를 믿을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에 우리가 직접 사업주를 규탄하고 응징하고자 한다. 오늘 우리는 스스로 지키기 위해 죽지 않기 위해 거리로 나선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