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링턴국립묘지 전경
우희창
몇 년 전 미국 알링턴국립묘지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워싱턴D.C.에서 포토맥 강을 건너면 있는 그 넓은 국립묘지의 수많은 묘비 앞에 꽃 한 송이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생화든 조화든 꽃을 꽂아두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지만 묘 앞에 이렇게 플라스틱 조화를 꽂아 추모하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나라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국립대전현충원도 이런저런 지적 때문에 고민이 많은 모양입니다. 묘역에 있는 플라스틱 화병을 돌 화병으로 교체하면서 입구를 좁게 만들었습니다. 조화의 양을 줄여보려는 것이지요. 향후 국립묘지의 특성을 고려해 나라꽃인 '무궁화'(조화)로 단일화하는 것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하는데요, 과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대전에 있는 환경단체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만 획기적인 개선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전환경교육센터 고은아 이사장은 "유가족들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꽃 제조·유통·판매업자, 현충원 등 이해 관계자가 많아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라며 리빙랩 방식으로 해결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합니다.
묘역에 꽃·나무 심어 관리
이렇게 장황하게 국립대전현충원 플라스틱 조화의 문제점을 얘기하는 것은 얼마 전 부산에 있는 UN기념공원을 방문했는데, 눈여겨 본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알다시피 UN기념공원은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유엔군 전몰장병들이 안장된 묘지입니다.
각 국가별 묘역에는 사각형의 평장 묘비석이 있는데요, 현충원처럼 조화가 꽂혀 있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묘비석 사이에는 장미와 회양목이 심어져 있습니다. 회양목은 보기 좋게 네모 반듯하게 잘 정리돼 있었습니다. 입석 묘비가 있는 한국군 묘역의 묘비와 묘비 사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참으로 보기 좋았습니다.
UN기념공원 측은 "묘역에 조성된 꽃과 나무는 장미와 연산홍으로 조경사의 가지치기, 꽃 따기, 방제 작업, 관수 등의 여러 조경작업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