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 입구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뷔페 전시장 풍경
황융하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전쟁이 없던 날은 겨우 며칠에 불과하다. 영토확장부터 식량과 노예를 확보하기 위해서, 최근에는 국가 또는 민족 간의 이해 충돌이 고조되는 가운데 발발한다.
게다가 핵무기 위협도 심심찮게 들리니,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핵보유국은 저마다 세계 주요 도시를 겨냥하고 있다. 모두 합치면, 핵이 대략 만 기가 넘으리라는 추측이 괜한 소리는 아닐 것이다. 전쟁 억제는 요원해 보인다.
20세기 초중반에 전개되었던 두 번의 커다란 전쟁을 현재의 우리는 책과 영상으로 배웠다. 모든 전쟁이 그러하지만, 일찍이 경험한 적 없던 거대한 무기가 투하되었고 거의 모든 지형이 풍비박산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고약한 생존을 이어갔고 예술가는 피폐해진 자신과 세상을 캔버스에 담았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베르나르 뷔페 : 천재의 빛, 광대의 그림자>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그의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조망할 기회이다. 광기의 전쟁이 인류에게 끼친, 피폐해진 삶의 단면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뷔페의 예술 경향을 탐구하는 절차로써 그의 삶을 들여다보기에도 적합한 테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