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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두 번 울리는 검찰의 '막무가내 상고'

검찰, 재일동포 고 최창일씨 재심 무죄에 상고... "과거사 재심대응 매뉴얼 미준수" 비판

등록 2024.05.30 11:34수정 2024.05.3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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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죄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연 최지자(오른쪽에서 두번째)씨와 최정규 변호사(왼쪽에서 두번째)
무죄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연 최지자(오른쪽에서 두번째)씨와 최정규 변호사(왼쪽에서 두번째)변상철
 
검찰이 5월 29일 과거 간첩조작으로 재심을 통해 무죄 선고를 받은 재일동포 고 최창일씨 사건에 대해 상고장을 제출했다. 고 최창일씨는 5월 23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재심 재판에서 5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날 검찰의 상고로 재판이 계속 이어지게 됐다.

앞서 고 최창일씨의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위원회는 5월 14일 제78차 전원위원회를 통해 진실규명결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원회는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 없는 보안사가 최씨를 영장 없이 연행해 69일 동안 불법구금하고 한국어를 잘하지 못하던 최씨에게 가혹 행위를 한 임의성이 의심되는 진술을 했다'고 파악했다.

아울러 진실화해위원회는 해당 사건이 보안사로부터 불법구금 및 가혹행위 등 강압적 수사로 인해 인격권, 신체의 자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당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고 최창일씨의 사건이 중대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은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뿐만 아니라, 법원의 재심 판결에서도 동일한 판단을 했다.

법원, 무죄 선고하며 사과했지만

고 최창일씨의 재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보안사에서 69일간 불법감금, 가혹행위를 당한 최씨의 심리적 압박 상태에 대해 '애당초 불법적인 체포,구금에서 비롯된 기본적 인권의 침해 및 그로 인한 피고인(최창일)의 위법,부당한 심리적 압박 상태가 재판의 모든 단계 도는 재판의 과정에서 완전히 해소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진실화해위원회와 재심재판부는 모두 고 최창일씨의 수사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고, 이로 인해 간첩혐의가 조작됐다며 각각 진실규명과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과 함께 진실화해위원회와 법원은 고 최창일씨의 가족에 대해 국가가 해야 할 일도 적시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진실규명에 따라 '보안사는 영장 없이 최창일을 불법연행한 점, 검찰은 최씨가 불법적인 수사를 받았다는 것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기소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공익의 대표기관으로 그 책무를 다하지 못 한 점에 대해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사과하고, 국가는 이들의 피해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재심 재판부 역시 판결 선고가 있던 날 판결 선고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재판장은 '이 사건은 남북 분단이 빚어낸 이념 대립 속에서 한 사람의 지식인이자 성실한 가장이었던 최씨가 국가폭력에 의해 희생된 사건으로 평가한다'며 '그가 간첩으로 기소돼 형이 확정되는 과정에서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할 사법부는 그 임무를 소홀히 했다.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유가족에게 머리를 숙였다.


이 상황에서 다툼 택한 검찰... 2차 가해
 
 검찰의 최창일 씨에 대한 상고 현황
검찰의 최창일 씨에 대한 상고 현황최정규
 
결국, 진실화해위원회나 법원은 고 최창일씨 사건을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인정했다. 아울러 이러한 행위에 대해 국가의 사과와 재방방지도 권고했다. 그러나 정작 최창일씨의 불법 수사를 수사지휘하고, 기소했던 검찰은 법원의 재심판결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가족에게 '상고'라는 아픔을 줬다.

검찰은 문무일 검찰총장 시절이던 2017년 '직권재심 청구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과거사 사건에 대한 '재심대응 매뉴얼' 개정에도 힘을 썼다. 이 매뉴얼의 취지는 '재심의 1, 2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 유죄 인정 증거가 새로 발견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고를 포기'한다는 것으로,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은 과거사 피해자와 유족의 아픈 사정을 살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이번 고 최창일씨에 대한 상고는 이러한 검찰의 과거사대응 자세와 전혀 맞지 않는 '막무가내' 상고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미 진실화해위원회와 법원을 통해 '중대한 인권 침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이를 통해 얻어진 사실 역시 증거능력이 부족하다며 모두 무죄가 된 상황에서 다시 사실오인에 대한 다툼을 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고 최창일 씨의 변론을 맞고 있는 최정규 변호사는 "검찰의 상고는 과거사정리법과 대검찰청 공안부가 만들어 배포한 '과거사 재심사건 대응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제라도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공익의 대표기관으로 제 역할을 다할 것을 촉구"하며 '5월 31일'까지 상고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최 변호사는 "만약 검찰이 상고를 취하하지 않는다면 국가인권위에 진정하는 등 검찰의 상고취하를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파이팅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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