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연한 털 무늬의 수컷 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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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창이 크다. 실내에 있을 때 간혹 집이 흔들릴 정도로 쾅 소리 날 때가 있다. 새가 창이 있는 줄 모르고 날다가 부딪쳐 기절하거나 죽기도 했다. 새는 눈이 옆에 있어 측면을 잘 보지 못해 부딪친단다. 사람의 문명으로 인해 창공을 힘차게 나는 새들이 죽는 게 기막힐 뿐이다.
우리 부부는 제주로 이주한 지 올해로 만 10년이 된다. 이주 전, 5년을 제주에 다니며 답사했고, 서귀포를 노년의 거주지로 골랐다. 제주는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8년 전에 서귀포 중산간 해발 190m에 땅을 구입해서 집을 지었다.
60대 부부는 아직도 일을 하고 있다. 모든 생활이 만족스러웠고 다시 서울로 돌아갈 생각도 없다. 서귀포에 사는 기쁨 중 으뜸은 사람보다 자연이다. 여름밤 북창을 열어놓고 자면 서늘한 바람이 내 이부자리를 휘돌았다. 나는 그 기분 좋은 청량함을 밤새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면 고요한 정적 속에서 귀 기울이지 않아도 들리는 새들의 노래가 잠 덜 깬 몸을 깨운다. 텃밭의 먹거리는 크게 자라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어린잎이나 고추를 따서 저녁 찬거리를 하고, 겨울에는 내내 파를 키운다. 버섯도 몇 년마다 나무를 갈아가면서 수확한다. 굳이 꽃이나 나무가 주는 기쁨까지 가지 않아도 숱하게 이곳에 사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산다. 물론 그에 따른 일거리는 기꺼이 맞는 덤이다.
자연 속에서 우리는 이렇게 많은 즐거움을 얻는데, 정작 우리는 몇 달에 한 번씩 새를 죽인다. 잊을 만하면 새가 유리창에 부딪쳐 죽었다. 기절한 건지도 모르지만, 나는 차마 새를 붙잡고 심폐소생술을 할 용기는 없다. 떨어진 새는 반은 살아나 날아갔고, 반은 죽었다. 꿩같이 크고 느린 새가 죽는 것은 더 마음 아팠고, 더 미안했다.
어떤 대책이 없을까.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도 있는 모양인데, 집 유리에 충돌 방지 스티커를 온통 붙이기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그 말만 계속 반복한다. 우리 탓에 죽은 목숨의 명복을 빈다. 뭔가 더 효과적인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고민을 함께 나누며 이번에야말로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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