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충남 청양군 온직2리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현장. 현장 바로 밑에는 민가가 있다.
이재환
평택-부여-익산을 잇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가 오는 12월 9일 개통을 목표로 진행되는 가운데, 현장 주변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에서 유독 민원이 많은 이유는 노선이 민가 뒷산 혹은 민가와 밀집한 구릉지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 주변 주민들의 제보를 받고 충남 예산군과 청양군 일대를 취재했다.
주민 "냉해 막으려면 투명방음막으로"... 공사업체 "우리 마음대로 못 바꿔"
예산군 오가면에서 만난 A씨는 서부내륙고속도로로 인한 사과나무 냉해 피해를 우려했다.
사과 농장을 하고 있는 A씨는 "고속도로 성토 이후 일기 예보상으로 영상 3도일 때도 우리 농장은 영하 2~3도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고속도로(성토) 때문에 냉기가 저지대로 흘려 내려가지 못하고 우리 농장 쪽에 머문다. 찬 공기가 정체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과가 냉해 피해를 입을 경우 꽃이 필 때 암술이 죽거나 착과가 잘 안 된다. 사과꽃은 피는 시기에 따라 1차부터 3차까지 핀다. 1차 꽃에서 나온 사과가 품질이 가장 좋다"라며 "1차 꽃이 피해를 입더라도 2차와 3차에 사과가 열려 수확량에는 변함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1차 꽃이 냉해 피해를 입을 경우 사과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다. 냉해 피해를 막기 위해 열풍방상팬과 미세살수를 이용하고 고체연료까지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속도로 성토 높이는 8미터이다. 여기에서 방음벽 높이 5미터를 더하면 13미터가 넘는다. 고속도로 성토로 냉해 피해가 우려되는데, 거기에 방음벽까지 불투명으로 설치될 경우 냉해 피해의 범위는 더 커질 수 있다. 공사업체 측에 투명방음벽으로 교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 성토는 어쩔수 없다고 치더라도 방음벽 만큼은 불투명이 아닌 투명으로 교체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