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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가로 돌덩이, 냉해 우려까지...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 민원 계속

오는 12월 착공 목표... 충남 예산·청양 일대서 주민 피해 호소 이어져

등록 2024.06.03 09:41수정 2024.06.0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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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지난 2일 충남 청양군 온직2리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현장. 현장 바로 밑에는 민가가 있다.

지난 2일 충남 청양군 온직2리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현장. 현장 바로 밑에는 민가가 있다. ⓒ 이재환

 
평택-부여-익산을 잇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가 오는 12월 9일 개통을 목표로 진행되는 가운데, 현장 주변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에서 유독 민원이 많은 이유는 노선이 민가 뒷산 혹은 민가와 밀집한 구릉지를 관통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서부내륙고속도로 노선 주변 주민들의 제보를 받고 충남 예산군과 청양군 일대를 취재했다.

주민 "냉해 막으려면 투명방음막으로"... 공사업체 "우리 마음대로 못 바꿔"

예산군 오가면에서 만난 A씨는 서부내륙고속도로로 인한 사과나무 냉해 피해를 우려했다.

사과 농장을 하고 있는 A씨는 "고속도로 성토 이후 일기 예보상으로 영상 3도일 때도 우리 농장은 영하 2~3도 정도로 떨어지고 있다. 고속도로(성토) 때문에 냉기가 저지대로 흘려 내려가지 못하고 우리 농장 쪽에 머문다. 찬 공기가 정체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과가 냉해 피해를 입을 경우 꽃이 필 때 암술이 죽거나 착과가 잘 안 된다. 사과꽃은 피는 시기에 따라 1차부터 3차까지 핀다. 1차 꽃에서 나온 사과가 품질이 가장 좋다"라며 "1차 꽃이 피해를 입더라도 2차와 3차에 사과가 열려 수확량에는 변함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1차 꽃이 냉해 피해를 입을 경우 사과의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다. 냉해 피해를 막기 위해 열풍방상팬과 미세살수를 이용하고 고체연료까지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속도로 성토 높이는 8미터이다. 여기에서 방음벽 높이 5미터를 더하면 13미터가 넘는다. 고속도로 성토로 냉해 피해가 우려되는데, 거기에 방음벽까지 불투명으로 설치될 경우 냉해 피해의 범위는 더 커질 수 있다. 공사업체 측에 투명방음벽으로 교체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고속도로 성토는 어쩔수 없다고 치더라도 방음벽 만큼은 불투명이 아닌 투명으로 교체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  충남 예산군 오가면 A씨의 사과 농장. A씨는 공사업체 측에 방음벽만이라도 불투명이 아닌 투명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냉해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 상단이 방음벽 설치 구간이다.

충남 예산군 오가면 A씨의 사과 농장. A씨는 공사업체 측에 방음벽만이라도 불투명이 아닌 투명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냉해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 상단이 방음벽 설치 구간이다. ⓒ 이재환

 
해당 구간의 공사업체 측 관계자는 "A씨가 세 차례 정도 민원을 낸 것으로 안다. (2019년)환경영향평가서상으로 예산군 지역은 황새 보호를 위해 '투병방음벽을 최소화'라고 돼 있다. 설계대로 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라며 "늦어도 9월까지는 방음벽을 설치할 계획이다. 다만 설계를 바꾸기 위해서는 서부내륙고속도로 주식회사 법인과 환경부가 별도로 협의를 할 필요가 있다. 우리(시공업체) 마음대로 설계를 변경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서부내륙고속도로 환경영향평가는 지난 2019년 이뤄졌다. 정부는 그 이후인 2021년 행정규칙으로 '방음시설 성능 및 설치 기준'을 마련했다. 해당 행정규칙에 따르면 투명 방음벽을 사용할 경우 조류 충돌 방지 문양을 넣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동물 전문가들은 투명 방음벽에 조류충돌 방지 시스템을 추가할 경우, 황새가 방음벽에 충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 연구실장은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황새와 같은 큰새일 수록 조류충돌방지 시스템이 들어간 투명방음벽을 오히려 더 잘 본다"라며 "5*10cm의 규칙이 들어간 조류 충돌 방지 시스템의 경우, 방음벽의 투명성을 해치지 않고 조류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황새는 낮게 날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 때문에 고속도로 방음벽에 충돌하는 사고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도심지나 도로 주변에 잘 접근하지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집으로 굴러온 돌덩이... "피해 민가와 협상 중"
 
a  B씨의 집 벽면에는 돌에 맞는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B씨의 집 벽면에는 돌에 맞는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 이재환

 
a  충남 청양군 온직리 B씨 집에 떨어진 돌덩이. 돌덩이는 B씨 집 바로 뒷산의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굴러온 것이다.

충남 청양군 온직리 B씨 집에 떨어진 돌덩이. 돌덩이는 B씨 집 바로 뒷산의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현장에서 굴러온 것이다. ⓒ 이재환

 
지난 5월 24일 청양군 남양면 온직2리의 한 민가에서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현장으로부터 돌덩이가 굴러 내려와 벽면에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일 만난 주민 B(80대)씨는 "그날 오후 1시에서 2시 사이로 기억한다. 갑자기 쾅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랐다. 귀가 어둡고 잘 안 들리는데도 그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라며 "돌이 부딪친 벽 바로 옆에는 가스통도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B씨의 집은 서부내륙고속도로 성토 벽면과 1미터도 안되는 거리이다. 공사 현장에서 굴러온 돌은 대략 직경 20~30cm 정도로 보였다.

사고와 관련해 해당 구간 공사업체 측 관계자는 "고속도로 통신 선로 회사인 C사에서 통신 선로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된 것으로 안다. 선로 회사는 본사(서부내륙고속도로 주식회사)에서 발주한 회사"라며 "현재 해당 회사와 피해 민가가 (배상 문제를) 협상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온직리 마을로 돌덩이가 굴러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2월 B씨 바로 옆집도 공사현장에서 흙더미가 굴러 내려오는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관련기사 :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현장서 민가로 흙더미"... 주민불안)
#서부내륙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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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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