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이 준비한 라플 선물
제스혜영
전교생과 교직원을 합쳐 41명의 작은 학교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는 먹아트(Muckhart)이라는 마을에 있다. 2800명이 사는 조그만 마을이다. 전체 학생과 교직원을 합쳐서 마흔한 명이 전부다.
안 그래도 정부의 재정이 빠듯한 공립학교에서, 학생 수에 따라 지급되는 정부 재정으로 먹아트 초등학교는 폐교할 위기에 처해있다. 눈 깜박할 사이면 쉽게 지나쳐 버릴 정도로 건물마저 아주 조그만 이 학교가 폐교되지 않고 179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이유는 단 하나, 학교를 사랑하는 아이와 학부모들, 학교에서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 픈 졸업생들과 학교가 잘 되길 바라는 지역 주민들의 마음이 십시일반 모여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으로 아이들이 가고 싶은 여행도 보내주고, 읽고 싶은 책을 사 주는 것. 모금을 통해 아이들 교육에 필요한 컴퓨터나 아이패드를 공급해 주려는, 이 학교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인 덕분이었다.
주민과 손님들의 모금과 기부 방식, 이건 오히려 한 사람이 큰 돈을 기부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훨씬 민주주의적인 방식인 것이다.
영국의 '아름다운 재단 기부문화' 연구소에 따르면 영국은 16만 5000개의 등록 단체와 약 80000개의 미등록 자선단체가 있다. 이들은 연간 680억 파운드의 수입이 발생하고 이중 200억 파운드, 한화로 약 35조 1450억 원이 국제구호에 쓰이고 있단다.
여기서 가까운 스털링이라는 도시만 가도 옷, 책, 물건 등이 재활용되어 다시 싸게 팔리는 자선단체 상점들만 열 군데나 된다. 영국 국민이나 나라만을 위한 자선 단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를 위한 자선 단체가 있다는 걸 보면, 이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있는 '펀드레이징'의 힘, 모금과 기부의 힘을 배웠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추억 만들며 기부까지, 한국도 해보면 어떨까
사실 처음에 이 마을에 왔을 때 나는 이런 모금행사가 너무 낯설었다. 학부모들에게 부탁하는 글이 두 달에 한 번꼴로 올라오는 게 별나게 느껴지고 귀찮기까지 했다. 왜 내가 만든 케이크를 내가 사서 먹어야 하고 아이가 만든 카드를 내 돈 주고 사 가야 하는지, 그게 싫기까지 했다.
그런데 직접 참여를 해보니 나부터 달라졌다. 기적은 순전한 바람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 법이니까. 평생에 한 번 있을 아이의 어릴 적 기억, 커서도 그때만 떠올리면 다시 돌아가고 싶을 만큼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다. 힘이 닿는 데까지 말이다. 이런 행사는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되고, 다른 이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어 뜻깊은 행사다.
전세계적인 인구 감소의 추세로, 한국도 폐교의 위기에 빠진 학교들이 있다. 혼자서 살리기엔 버겁고 무겁다. 그래서 '우리'가 있지 않은가.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갈 기적 프로젝트, 한번 해 보면 어떨까. 이런 아주 작은 것부터 말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저는 스코틀랜드에서 살고 있어요. 자연과 사람에게 귀 기울이며 기록하고 싶습니다.
공유하기
폐교 위기의 초등학교, 영국은 이렇게 살려냅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