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와의 대화
정누리
예컨대 '왜 어른들은 항상 혼잣말을 할까?', 'SNS에 이 친구들과 노는 사진을 올리면, 다른 친구들이 섭섭해하지 않을까?' 등의 얘기에 AI는 참으로 진지하게도 답변해주곤 한다. "혼잣말을 하는 것은 스스로 활자를 읽어야 이해가 잘 되기 때문이에요. 무의식 중에 하는 것이라 남에게 들리는지도 모르실지도 몰라요", "다른 친구들이 섭섭해 하는 것이 걱정되면, 사진 밑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 등의 설명을 붙이거나, 일부 친구들에게만 보이도록 공유 범위를 설정해보세요" 조언 중에는 쓸만한 것도 있다. 구제시장 옷더미에서 한 두 벌 월척을 건지는 것처럼.
갱년기의 터널을 지나가는 엄마와 아빠 사이에서 귀가 터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아무리 자녀가 감정 조율을 해드린다 해도, 나도 사람인지라 했던 말을 또 반복하면 힘이 든다. 그때 챗지피티를 켰다.
"자, 들어봐. 엄마가 이렇게 말하는데 아빠 생각은 이렇대. 둘 중에 누가 잘못한 거야?"
음성 인식을 해야 하니까 집안 공기가 조용해진다. AI는 차가운 기계음으로 나름의 방안을 얘기한다.
"두 분 다 충분히 기분이 나쁠 수 있어요. 엄마는 아빠의 어투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느껴졌고, 아빠는 사실을 짚고 넘어가야 다음 방안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어요. 고쳐줬으면 하는 점을 글로 써보세요."
희한하게도 엄마아빠는 그 말이 신선하게 들린 듯하다. 아니, 내가 이 말을 몇 번이나 했는데! 같은 말이라도 기계의 입으로 듣는 것이 신기해서 귀에 박히는 것일까? 더욱 놀라운 변화는 다음 날이었다.
엄마가 메신저에 요구사항을 차분하게 글로 써서 올렸다. 항상 맘이 급해 말로 하는 게 더 편하다던 엄마였다. 하지만 텍스트 속에도 여전히 화가 보인다. 난 일단 엄마를 칭찬하고, 챗지피티에게 텍스트를 다시 긁어 붙였다.
"엄마가 아빠에게 쓴 편지야. 좀 더 순화해줘."
답변을 그대로 복사해서 다시 올리자 엄마가 반성한다.
"챗지피티 교양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