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23년 11월 6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임기훈 국방대학교 총장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 초기, 대통령실의 의중을 알 수 있는 출발점에는 임기훈과 김계환의 통화가 있었다. 임기훈은 대통령실의 대리인 역할을 했고, 김계환은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직속상관이었다. 임기훈은 채상병 순직 당일과 다음 날인 7월 19·20일 김계환과 두 차례 통화했다. 다만 이때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대통령실이 채상병 수사 보고 라인에 개입한 정황도 임기훈의 지시에서 비롯됐다. 7월 30일 해병대 수사단 관계자는 국가안보실의 김형래 대령에게 '(박정훈) 수사단장님께 지시받은 자료입니다'라며 군메일로 언론브리핑 예정 자료를 보냈다. 그러자 김형래는 '절대로 이쪽에 전달했다는 이야기하면 안 된다'라고 회신했다.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의 최종 결재가 난 뒤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임기훈은 이후 국회에 출석해서 자신이 김형래에게 지시해 해병대 수사단의 자료를 받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7월 31일 오전 11시, 윤 대통령이 주재한 외교안보 분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제의 VIP 격노설이 등장한다. 박정훈은 당일 오후 김계환에게 VIP 격노설을 이렇게 전해 들었다고 진술했다.
"7월 31일 오전 대통령 주관 대통령실 회의 시 안보실 국방보좌관(임기훈)이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보고하자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바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을 연결하라고 하고,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
임기훈은 대통령 주재 회의 전후인 오전 9시 53분과 오후 5시 김계환과 두 차례 통화했다. 임기훈은 그날 회의에 참석해 해병대 수사단에게 받은 언론브리핑 자료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회의가 끝나고는 김계환에게 VIP 격노설을 전달한 인물 중 하나로 지목된다. 임기훈은 한 달 뒤인 8월 30일 국회에 출석해 '언론브리핑 자료 회의 보고' 여부를 "저는 보고드린 바 없다"며 전면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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