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어릴 적 우스갯말로 얼굴에 유분이 많은 사람을 보면 '유전이 터졌다'는 말로 놀리곤 했었다. 그렇게 산유국의 꿈을 농담으로 받아치던 우리 민족에게 이제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직접 첫 국정 브리핑을 갖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포항 영일만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
윤 대통령의 이 말 덕분에 에너지 관련 주가는 폭등했고, 득을 본 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의 힘이 얼마나 큰지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이에 반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이슈, 북한의 대남 오물 투척으로 인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이란 야당 대표의 발언은 윤 대통령의 깜짝 발표에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간 윤 대통령이 채상병 기록을 경찰에 이첩한 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3차례 통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통화가 기록 회수 과정 등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은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오랜 리서치를 통해 에너지 자원의 발견 가능성이 재조명된 것은 우리나라의 경제적 번영을 약속하는 동시에, 국가의 자급자족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과 같은 중대한 이슈들은 여전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직접 국정 브리핑을 아직 탐사 중인 유전에 포커스를 맞춘 것일까?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안위는 언제나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이를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를 모른 척하는 이들은 있는 듯해서 안타까운 심정이다. 현직 대통령의 20% 초반 지지율이란 여론 조사 결과 역시 국민들의 이런 마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번 포항의 석유, 가스 개발의 성공률이 20% 정도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우연찮게도 윤 대통령의 현 지지율과도 비슷하다.
물론, 유전 관련 브리핑으로 지지율이 좀 더 올라갔을 수도 있겠지만, 유전 사업의 20%의 성공 가능성은 비관할 만한 가능성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문제는 사업성인데, 유전 탐사 시추 시 1회 들어가는 비용이 1천억 원 이상이고, 최소 5회가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5천억 이상의 비용이 소진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데자뷔처럼 해외 순방비 578억을 쓰고도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투표에서 29표(119 대 29)를 받았고 엑스포 유치에 실패 했던 모습이 자꾸 상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단,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이 생각나기도한다.
이번 정부는 이제 국가의 진정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 어떠한 가치를 중시해야 하는지, 그리고 정치적 리더십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고 유지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할 시기가 된 듯하다. 국민의 눈물을 외면한 권력으로 기억되지 말았으면 한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의 파급 효과를 고려해서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싶다. 분명 이를 위해서는 동해의 유전 가능성을 먼저 국민에게 알리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국방부와 관련된 의혹들을 투명하고 공정한 조사를 통해 명확히 해소하고, 정부의 신뢰성부터 높이는 데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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