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4시께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일산백병원 노조게시판에 게시된 대자보. 전사원 의무 주4일제 등 백중앙의료원이 제시한 경영위기극복방안에 노조가 반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김화빈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엔 급여삭감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월급 받는 우리가 돈 안 벌고 쉬고 있는 전공의들보다 빨리 망하는 웃긴 세상."
"온 가족의 밥줄이 타들어 간다."
"월급반납은 직원 생계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제가 신용불량자가 되어도 병원은 저를 도와주지 않을 거잖아요?"
지난 5일 오후 4시께 경기 고양시 일산백병원 로비와 후문 입구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직원 10여 명은 '무급휴가 의무적용'을 묻는 질문에 "대외비라 말하기 어렵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아니"라며 인터뷰를 피했다.
그러나 지하 2층에 위치한 임직원 식당에서는 "무급휴가를 (의무로) 하면 한 달에 60만 원이 그냥 나간다", "수당 지급되기 전에 퇴사하면 (수당을) 떼이는 거 아니냐", "아무 잘못 없는 우리가 왜 희생하냐" 등 비판 발언을 들 수 있었다.
식당 인근에서 만난 현직 간호사 A씨는 "전공의 부재로 추가적인 업무배치를 받으면서 쉬고 싶을 때는 못 쉬게 해놓고 지금은 안 쉬고 싶은데 강제로 휴가를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난해 8월) 서울백병원이 폐업한 전례도 있어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병원에선 'A4 1장도 아끼라'고 눈치를 주는 상황서 이참에 무급휴가 강제에 따른 주4일제가 상시적 제도로 정착될까 두렵다"며 "지금 병원은 한시적이라고 주장하지만, '한 번 해 보니 힘들어도 병동이 돌아가네?' 하면서 인력 충원도 안 해주고 평균 임금도 깎을까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강기두 보건의료노조 백병원지부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저희 병원에서 업계 처음으로 '무급휴가로 사실상 주4일제를 시행한다'고 하니 (상황이 비슷한) 몇 군데 병원에서도 관련 질의가 들어오는 모양"이라며 "(사측 입장에선) 지금처럼 환자가 빠지고 병상 가동률이 낮아질 때 쉽게 임금을 낮추는 방법으로 쓰기 좋은 대책을 마련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성진 부산백병원 지부장도 "부산백병원은 병상가동률도 많이 회복했는데 전공의들이 부재한 상황에서 업무가 가중돼 도저히 (사실상 주4일제인 사측 대책에) 동의하지 못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진료교원들이 진료를 어떻게 정상화할지 대안을 마련하지 않았는데, 노조로서는 희생할 수 없단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상계·일산백병원은 20년 근속대상자들에게 조기퇴직 대상에 해당한다는 단체 안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특히 메일을 수신받은 이들이 서로 누구인지 알 수 있도록 조치해 '무언의 압박'을 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A씨는 "그 명단에조차 의사들은 없었다"며 "상대적 박탈감마저 들었다. 메일을 받은 직원들은 서로 말은 안 하지만 '조기퇴직 압박인가' 싶어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백중앙의료원 "일부러 직군 나눈 것 아냐, 모두 노력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