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일 스님이 불교환경연대가 주관한 '세종보 재가동 중단' 기도회를 주관하고 있다.
서영석
이어 법일 스님은 법문을 통해 10여년 전 4대강 100일 순례를 하면서 금강에 왔을 때를 회상하며 물고기들이 숨을 제대로 못 쉬어서 머리를 물밖으로 내밀고 숨을 몰아쉬는 모습, '금강 요정'으로 불리는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와의 만남, 물고기 떼죽음 때 포클레인으로 사체들을 퍼올리는 모습 등을 언급했다.
법일 스님은 이어 "(세종시가 세종보 수문을 닫아) 이곳에 수변공원을 만든다고 하는 데 썩은 강에 누가 오겠냐"면서 "왜 이렇게 국가가 불필요한 소모전을 하는지, 사람의 생명과 미물의 생명이 모두 귀하다는 인식에 이르는 문명대전환기에 왜 국가가 이런 암울한 짓을 벌이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일 스님은 "오늘날의 지구 위기, 생태환경의 문제는 인간이 지구의 중심이라는 오만과 교만에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났다"면서 이같이 법문했다.
"인간과 모든 생명은 하나의 끈으로 엮여있습니다. 한 끈이 끊어지면 모두 무너지고 마지막에 인간의 삶도 평화롭지 않습니다. 금강의 앞 글자가 '비단 금'인 것은 아름답게 흐르기 때문입니다. 불교에도 '금강'이 있습니다. 한자는 다르지만 '금강경'입니다. 이 경전의 핵심은 인간의 아집으로 비롯된 아상을 끓는 것입니다. 나라는 생각, 나 아닌 것과의 구별이 인간을 번뇌스럽게 합니다. 사람만이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는 편견은 사람이 아닌 것과의 차별을 낳습니다. 하지만 나와 남을 구별 짓지 말라, 모든 생명은 하나라는 게 금강경의 가르침입니다. 오늘 금강에 와서 금강경을 생각합니다."
법문이 끝난 뒤 4대강 100일 수행길 순례자였던 금강화 씨가 발원문을 낭독했다.
"보를 열어 강물이 흐르자 강이 다시 강답게 되었습니다. 여울이 지고 모래톱과 자갈이 쌓이고 물떼새와 토종물고기들이 돌아왔습니다. 이토록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의지처이자(중략) 물속의 조개들과 송사리, 아이들이 재잘대고 노래하는 강가는 마음밭이 가난한 우리를 풍요롭게 할 것입니다. 부디 다시 강물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그리하여 다시 강이 죽고 강에 깃든 생명들이 죽는 일이 없도록 모든 생명을 보살피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장 생중계 https://www.youtube.com/live/cSD9O_BbltQ?si=dieVoCTzkEsFZ_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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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에서 '금강경' 설파한 노 스님 "썩은 강 만든 오만한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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