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콘으로 포장된 마을 도로마을이 한결 깨끗하고 아름다워 보임
정호갑
그런데 이 말씀과 다른 엉뚱한 생각이 불현듯 든다. 길이 있으면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까?
시골이 무너져 가고 있다. 빈집이 늘어가고 갔다. 빈집을 그냥 두면 그곳은 폐허가 된다. 국가에서 빈집을 방치하면 벌금을 물린다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시행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빈집이 늘어갈수록 그 마을은 빠른 속도로 폐허가 되어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수도권은 살 집이 부족하다. 수도권에서 자기 집을 가지고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한민국에서는 중산층 이상이다. 정상적으로 노력해서는 죽을 때까지 자신의 집 한 채 갖는 것이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에서도 많은 고민과 노력하고 있지만 쉽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시골살이하면 집값도 싸고, 좋은 점이 참 많다. 내가 시골살이한다고 할 때 가장 먼저 물음이 '병원은 가까운 곳에 있느냐'였다. 그때 나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병원에 안 가려고 시골살이한다고 대답하였다. 사람들은 병을 예방하기 위해 예방 주사를 맞고 몸에 좋다는 온갖 영양제를 먹는다.
시골살이하면 무엇보다 건강에 좋다. 만병통치약인 맑고 깨끗한 공기와 물을 늘 마시고, 신선한 채소를 먹을 수 있다. 눈을 맑게 하는 풍경이 있고, 귀를 행복하게 하는 새소리, 바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이러면 병이 찾아오더라도 조금은 더 늦게 찾아오지 않을까?
시골에 살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이 눈에 보인다. 조그만 정원과 텃밭이지만 물을 주어야 하고, 잡초도 뽑아야 한다. 그렇게 힘 드는 일은 아니지만 몸을 움직이기에 자연스레 운동이 된다. 무엇보다 이로 얻는 기쁨이 훨씬 크다. 흔히 말하는 힐링이 된다.
여유는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여유가 있으니, 고마움과 미안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 고마움과 미안함을 행동으로 옮긴다. 이렇게 하면 인간관계도 좋아질 것이고 스트레스와 거리가 멀어지게 될 것이다.
나이가 들면 어떻게 하면 병을 멀리 할까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데 병원을 먼저 생각한다. 아파서 병원에 잠시 입원하더라도 퇴원 후 시골살이하면 이러한 이유로 건강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시골살이를 주저하는 이유 가운데 생활의 불편함을 든다. 생활에 필요한 것을 바로바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도시에 나갈 때 필요한 것을 대단위로 사지만, 필요한 것을 놓치는 일도 있다. 그때 이곳에서 시내까지 나가는데 1시간, 왕복 2시간이 걸린다.
이를 해소하는 길은 도시와 인접성을 높이는 것이다. 도로를 닦고, 터널도 뚫어야 한다. 지금 내가 사는 곳과 고속도로, 기차역까지는 1시간이 걸린다. 시골살이할 집을 찾을 때 놓친 점 하나가 바로 고속도로와 기차역과의 접근성이다. 살아보니 기차역과 고속도로와 가까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찾아오는 손님은 물론이고 내가 어딜 다닐 때도 이는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고속도로와 연결될 터널이 공사 중에 있다. 내년에 터널이 완공되면 최소 30분은 단축될 수 있다. 기차역에 가기 위해서도 산을 넘어 돌아가고 있는데 터널이 계획되어 있다고 한다. 이 또한 터널이 뚫리면 최소 20여 분이 단축될 것이다. 계획대로 완공이 되길, 계획으로 끝나지 말고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
작은 도시 국가에서 시작한 로마가 제국 로마로 팽창하고 번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는 각 지역으로 연계된 잘 닦인 도로에 있다고 생각한다. 도로는 사람을 부르고, 사람이 찾아오면 주변이 발전하면서 그곳의 문화가 형성된다. 그러면 자연히 생활 편리 시설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시골을 살리는 길은 많겠지만 그 가운데 하나가 도로라 생각한다. 도로 건설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생활의 편리 시설과 쉽게 연결된다면 더 건강할 수 있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누릴 수 있음은 물론이고, 집값 또한 싼 시골살이를 누구 싫다고 하겠는가? 지역 균형 발전은 길을 닦는 데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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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행복에서 물러나 시골 살이하면서 자연에서 느끼고 배우며 그리고 깨닫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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