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츄어리'의 한 장면.
시네마 달
"한국에는 생츄어리가 한 군데도 없다"
'생츄어리'는 2018년 개봉된 왕민철 감독의 다규멘터리 '동물,원'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동물,원'은 야생동물이지만 실제 야생으로 방사되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동물들과 수의사, 사육사의 관계를 세밀하게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물원에서 태어나고 사라지는 동물의 모습을 통해 '과연 동물원이 왜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생츄어리'는 '동물,원'에 이어 이 질문에 대해 더욱 본격적으로 묻고 답을 한다.
"생츄어리가 한국에는 단 한 군데도 없다는 자막으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사실 이 문장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입니다. 그리고 청주동물원이 생츄어리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수많은 동물보호단체들이 생츄어리 설립을 주장했지만, 아직 우리나라엔 생츄어리가 단 한 곳도 없다. 각 17개 시도에 야생동물구조센터가 한 곳씩 있지만 매년 구조되는 1만 5000여 마리 중 자연으로 돌아가는 동물은 40%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안락사되고 만다.
"청주동물원이 생츄어리의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영화에선 장애가 있는 동물을 데려와 치료하고 살 수 있도록 돌봐주는 모습, 야생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현재 청주동물원엔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구조된 동물들이 있다. 독수리, 여우, 산양, 오소리, 너구리 등이다. 부상을 얻어 생사를 오가던 동물들이 사람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동물원 수의사로서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고 보람도 더 커졌다.
이제 그는 동물원 직원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과감하게 동물원 존재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실 동물원은 과거의 산물이죠. 멀쩡한 애들을 가둬놓는다는 게 윤리적이지 않죠. 이제 동물원을 어떻게 할 거냐라고 했을 때 생츄어리가 방향성이 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그쪽으로 가야 합니다."
그는 동물이 좋고 치료가 좋아 동물원 수의사가 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동물원으로 인해 수많은 동물들이 다치고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그의 말은 일종의 반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청주동물원이 생츄어리로 거듭나길 바란다. 자연과 단절된 공간에 동물들을 가둬놓고 인간이 구경하는 방식이 아닌, 부상당하고 장애를 가진 동물들도 살아갈 수 있도록 인간이 도와주고 치료하는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시민들에겐 이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방식이다. 결국 그는 자연과의 단절이 아닌 소통,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희망한다.
"예전에는 사람을 위해서 동물을 희생시켰다면 앞으로는 희생이 아닌 공존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