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나 지났을까. 새싹이 올라왔다
임경화
아, 그렇구나. 뿌리가 죽지 않으면 죽은 게 아니구나! 너와 내가 포기하지 않으면 끝난 게 아니구나!
생각해 봤다. 만약 그날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너를 포기하고 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듯 작은 식물도 최선을 다해 잎을 틔우고 살아내는데,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최근 들어 살짝 저기압이었던 내가 부끄러워졌다. 남편도 때아닌 수다가 늘었다.
우리 부부는 화분을 사이에 두고 머리를 맞대는 시간이 많아졌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지만 화분을 보며 조금씩 생각도 마음도 깊어지고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일상이 이렇게나 마음을 새롭게 해주다니.
정신없이 일하다 보니 어느새 은퇴를 생각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 다 되었나? 이렇게 은퇴인가' 하는 아쉬움, 그리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수시로 고개를 내민다. 그럴 즈음이면 나는 일부러 큰 화분 속 여린 잎을 바라본다.
식물에게서 배운다. 두렵지만 어쩌면 은퇴 후의 우리의 삶에는 예상치 못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그런 기특한 소망이 지금 새순을 보며 몽글몽글 솟아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