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그맨스페이스 엄에서 기자가 직접 촬영
김현정
- 작가님은 좋아하는 여자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남자, 갓 연애를 시작해 행복을 만끽하는 남자 등 사랑에 빠진 남자 캐릭터를 주로 선보이십니다. 작가님의 하나의 메시지를 꼽는다면 아마도 사랑일 것 같은데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사랑은 뭔가요?
"사실, 저는 사랑이 뭔지 잘 모릅니다. 그래도 굳이 답을 해보자면, 매일 보고 싶은 마음 아닐까요? 같이 있고 싶고, 보고 싶고 그런 마음이요. 어느 날, 아내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면서 스케치를 하고 있었어요. 아내가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자신을 사랑하냐고 묻더군요. 제가 쉽게 답하지 못하니까 아내가 사랑이 뭔지도 모르면서 사랑에 관한 작품을 만든다며 웃더라고요."
- 사랑을 잘 모르신다고 하셨지만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사랑이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사랑에 관한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습니다. 클래식을 들으면서 작곡가들의 사랑에 대해 생각합니다. 클라라를 향한 브람스의 사랑, 엘리제를 향한 베토벤의 사랑이 제게 영감을 줍니다. 사랑은 다 고독하고 힘든 거 같기도 해요. 슈만은 스승의 딸 클라라를 사랑해서 법정 소송까지 갔죠."
- 아내분의 질문에도 쉽게 답하지 않고 다시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오히려 진짜 사랑처럼 느껴집니다.
"맞습니다.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고마운 사람입니다. 비록 사랑이 뭔지 잘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아내를 생각하는 제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 정도는 압니다."
- 작가님 작품 중에 권투선수가 많이 보입니다.
"2008년에 다시 작품 활동을 하면서 뭘 하면 좋을지 많이 고민했습니다. 당시 이종격투기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았고 다양한 종목 선수들이 격투기 분야로 넘어갔어요. 권투나 레슬링 선수 출신들은 격투기를 잘했어요. 그런데 씨름 선수 출신들은 그렇지 못했어요. 힘은 세지만 상대를 때려본 경험이 없어서 경기할 때마다 잔뜩 두들겨 맞곤 했어요. 그런 선수들의 경기를 보면서 내 인생과 참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캐릭터를 만들게 된 겁니다. 인생의 무대를 링으로 표현했어요."
-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어떻게 지내셨어요?
"졸업 직후에 1~2년 정도 작가 생활을 하긴 했는데, 대학 졸업 후 10여 년 정도 쉬다가 2008년에 다시 작업을 시작하려니까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돌 공장에서 아르바이트했어요. 그런데 일하다가 돌에 손이 깔리는 사고가 났어요. 그래서 일을 관뒀죠. 만약 사고가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그곳에서 계속 일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예술가의 운명은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내면에는 예술을 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요. 예술을 하지 않으면 뭘 먹어도 배고프고 뭘 해도 만족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