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면
이혁발
어느 작가에게 예술작업은 아무런 조건 없는, 그저 뜨거운 사랑이다.
황홀한 사랑 같은 예술
온라인 물품 최저판매가인 '990원'을 차용하여 손가락 두 마디 크기 정도 되는 작품 하나당 990원에 파는 전시가 부산에서 열렸다.
이 1000여 개쯤의 작품이 전시장 바닥에 나열되어 있다. 다 팔아봐야 백만 원도 안 된다. 작품 판매에 생존을 거는 전업 작가에게는, 작은 작품 하나 정도의 가격밖에 되지 않을 금액이다.
16일 현장에서 백보림 작가를 만나, 이렇게 작품을 팔아서 어떻게 작품활동을 하느냐고 물었다. 작가는 이것저것 미술 관련한 여러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했다.
돈이 만들어내는 작품에 얽매이지 않고 지속적인 작품활동을 하는 이유를 물었다. 작가는 자신이 전시를 앞두고 느끼는 감정, 그 긴장감과 매혹적인 떨림은 연인과의 사랑과 유사하다고 답했다. 사랑의 호르몬인 도파민이 연인이나 작품활동에서나 유사한 물량으로 폭증한다는 설명이다.
이날 만난 백 작가에겐, 작품 제작과 발표과정 자체가 황홀하고 전율을 일으키는 사랑인 것이다.
인류 멸종에 대한 예술적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