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어 놓은 쑥동생과 산에서 뜯은 쑥을 씻어놓으니 큰 바구니 가득이다. 생각보다 많았다.
유영숙
점심을 먹고 큰 냄비에 쑥을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쑥이 꽤 많아서 지난번에 강화도에서 뜯은 쑥과 합쳐서 떡집에서 쑥절편을 만들어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6월에 내 생일이 있어서 자식들이 한자리에 다 모일 예정이었다. 아이들에게 쑥 절편을 만들어서 갈 때 싸주어야겠다고 생각하니 쑥 뜯는 일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
중요한 쑥만 쏙 빼놓고... 이 건망증을 어떡하나
오후에 강릉 고향 집에 갈 때 냉동실에 넣어둔 쑥을 잘 챙겼다. 동생이 고비(고사리와 비슷한 산나물) 삶은 것도 두 봉지나 주어서 함께 가지고 와서 친정집 냉동실에 잘 넣어두었다. 그까지만 해도 서울 갈 때 잘 챙겨가야지 생각했다.
서울 올라오는 날 비가 왔다. 남편이 비가 오니 길 막히기 전에 빨리 올라가자고 서둘렀다. 나는 경포 바다에 가서 바다도 보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점심때 올라가면 좋을 텐데 하고 투덜댔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남편은 다음에 또 오면 된다고 했다. 벌써 짐을 다 챙겨서 문 앞에 내다 놓았다.
아무 생각 없이 우산을 챙겨 대문을 잠그고 나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발한 차는 어느새 대관령을 넘었다. 삶아온 찰옥수수를 먹으려고 꺼내는 순간, 아차! 정작 중요한 쑥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아침에 냉동실에서 찰옥수수를 꺼내며, 갈 때 쑥을 꼭 챙겨야지 생각했는데 깜빡 잊어버렸다. 미리 꺼내면 녹을듯해서 안 될 것 같아 나중에 꺼내려고 했는데, 까맣게 잊어버리고 온 거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어서 속상했지만, 결국은 다음에 다시 와서 챙길 수밖에 없다. 큰일이다. 벌써부터 건망증이 심해진 듯해서.
생일날 만들어 아들네 나눠주려던 쑥절편은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아무래도 쑥 가지러 머지않아 강릉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쑥 덕분에 고향에 다시 가게 생겼으니 건망증이 그리 나쁘진 않다.
강릉 쑥은 잊고 강화도 약쑥으로 떡 만들기
집에 와서도 며칠 동안 강릉에 두고 온 쑥이 계속 생각났다. 삶은 쑥은 냉동실에 오래 두면 질겨져서 맛이 없다고 들었다. 두고 온 쑥은 그냥 잊어버리고, 강화도에서 뜯어 온 약쑥으로라도 쑥개떡을 만들어 아들네 오는 날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쑥개떡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집에서 쌀을 불려서 분쇄기에 쑥과 갈아서 만드는 방법이 있다. 더 편한 방법은 쌀가루를 사다가 집에서 쑥만 믹서에 갈아서 만드는 방법도 있다. 나는 요리할 때 보통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한다.
저녁에 종이컵으로 다섯 컵의 쌀을 씻어서 물에 하룻밤 불려주었다. 쑥이 많지 않아서, 쌀이 너무 많이 들어가면 쑥 특유의 향과 맛이 안 날 것 같아 어림잡아 그렇게 해 보았다. 냉동실에 있는 쑥도 저녁에 미리 꺼내서 해동했다.
다음 날 아침에 불린 쌀을 건져서 물기를 뺐다. 해동된 쑥도 짤순이에 돌려 물기 없이 짰다. 봉지에 담아서 아파트 상가에 있는 떡집에 가지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