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SK 본사
이정민
이런 관점으로 최근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이해가 쉽다. 19일 현재까지 최 회장 쪽과 재판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에서 SK㈜ 주식이 재산분할대상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주요 기준은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과 최태원 회장 경영 시기의 SK㈜ 주식 가치 상승폭이었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의 실수가 나왔고, 최 회장 쪽이 이를 고리로 대대적인 공세를 폈다.
대한텔레콤·SK C&C에서 이어진 SK㈜의 1주당 가치는 1994년(최태원 회장이 증여받은 돈으로 최초 주식을 취득한 시점) 8원 → 1998년(최종현 선대회장 사망 무렵) 1000원 → 2009년(상장 시점) 3만5650원 → 2024년(재산분할 기준 시점) 16만 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8년 가치를 계산하면서, 액면분할 비율을 잘못 적용해 1000원이 아닌 100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라, 최종현 선대회장 시기(1994~1998년) 대비 상장 시점까지의 최태원 회장 시기(1998~2009년) 상승폭이
12.5배 : 355배라고 판결문에 적시됐다. 최 회장의 기여도가 훨씬 큰 만큼, 최 회장 보유 SK㈜ 주식은 부부가 공동으로 일군 재산으로서 재산분할대상이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계산 오류를 바로잡으면, 그 비율은
125배 : 35.5배로 역전된다. 최 회장 쪽의 노림수가 이것이다. 17일 이동근 변호사는 "SK㈜ 주식이 최종현 선대회장의 기여도가 큰 재산이 되면, 1심 판결처럼 (재산분할대상에서) 빠지게 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판결문 오류를 즉각 수정하면서도,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는 입장을 18일 내놨다. 1998년 주식 가액 오류는 중간단계의 오류일 뿐이고, 최 회장 경영 시기를 재산분할 기준 시점(항소심 변론종결 시점)인 2024년 4월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 입장을 따라 계산하면, 최종현 회장 시기 대비 최태원 회장 시기 상승폭은
125배 : 160배다. 재판부는 "160이 125보다 크기 때문에, (원고 부친의 경우에 비하여) 원고의 경영활동에 의한 기여가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볼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렇게 강조했다.
"이 사건 SK주식의 가치 증가에 선대회장인 원고 부친(최종현)의 경영활동과 현 회장인 원고(최태원)의 경영활동이 모두 기여하였고..."
'아버지가 다 했고 나는 기여한 바가 별로 없다'는 아들을 향해, '그게 아니라 아버지만큼 당신도 잘 했다'고 법원이 공개적으로 밝히는 셈이다.
18일 오후 최 회장 쪽의 재반박이 이어졌다. 변호인단은 "재판부는 실질적 혼인관계는 2019년에 파탄이 났다고 설시한 바 있는데, 2024년까지 연장해서 기여도를 재산정한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12.5 : 355를 기초로 판단했던 것을 125 : 160으로 변경했음에도 판결에 영향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재차 반박했다.
2022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그해 대법원에 접수돼 판결이 나온 이혼소송 사건은 모두 508건이다. 이 가운데 항소심 판결이 파기된 사건은 전체의 1.77%인 9건에 불과하다.
스스로를 공개적으로 깎아내리기까지 한 최태원 회장은 1.77% 확률을 뚫을 수 있을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10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공유하기
재벌 2세의 금수저 고백?... 최태원 회장의 딜레마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