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게전 출품작 소개11.이종헌작:끝남과 시작(좌) -목판,옻칠,은박,은분,안료
2.전제훈작:마지막 광부들(우)-인화지
이종헌, 전제훈
탄광이 폐광되면 도계의 소멸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석탄 생산량이 많이 줄어 활기가 없어진 지 오래지만 그나마 탄광이 지역경제를 지탱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 속에 지역을 살리고자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이번 도계전을 기획하고 준비한 옻칠공예가 옻뜰(ott ddeul) 대표 이종헌 선생이다. 이종헌 선생은 원주에서 활동하다 2년 전쯤 이곳 도계에 들어왔다고 한다. 선생은 이곳에 들어오자마자 일을 벌였다. 그 일이 지난해 열렸던 제1회 도계전이다. 선생은 제1회 도계전 서문에서 도계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도계는 오랜 역사적 사실들이 겹겹이 누적된 유서 깊고 삶이 농축되어 있는 땅이다. 70~80년대 경제성장의 현장에 있었던 누군가에게는 다시 떠올리기 싫은 막장으로 기억되기도 한다. 누군가는 자식들을 위해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어야 했고, 또 예기치 않은 진폐증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 속에서 보상도 없이 살아온 아픈 추억을 간직한 곳이다. 그런데 과거에 그치지 않고 도계는 지금도 여전히 석탄뿐만 아니라 시멘트 생산을 위한 석회석이 채굴되고 있다.
또한 버려진 폐광에 대도시의 쓰레기와 원자력 폐기물을 매장하려 하고 친환경에너지라는 미명 아래 한민족의 기운을 막겠다고 박은 일제의 쇠말뚝보다 더 큰 말뚝을 산 위에 박고 풍력 발전의 대형 모터 소음과 고압선이 주민의 생활마저 휘감는 기이한 풍광을 만들고 있다. 이것은 바람직한 발전 방향이 아니다. 소외된 지역의 땅과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망가트리고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제1회 도계전 도록 서문 중 발췌)
지난 3월 평소 친분이 있었던 이종헌 선생으로부터 짧은 메시지가 왔다. 제2회 도계전을 준비하고 있으니, 축하 공연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지인 결혼식에 들렀다가 잠깐 얼굴을 스치며 던진 말이 화근이었다.
'삼척 도계의 고사리라는 마을에 이미 폐교가 된 소달중학교라는 곳에서 전시회를 합니다. 전국의 다양한 작가들이 참여합니다. 작년에 38명 정도 참여하여 1달간 전시를 했고, 반응이 좋아 올해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60여 명이 참석할 것 같습니다.'
워낙 미천한 잔재주라 참석하겠다는 대답을 선뜻 못했으나 이번 행사가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던 터라 거절하기도 뭐해 수락하고 말았다. 다녀오고 나니 이종헌 선생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