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지원금 완전 삭감 사태에 답답한 표정의 19회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이현정 집행위원장.
BIKY
- 정부가 영화제의 다양성을 죽인다, 소규모 지역영화제를 포기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인데?
"영화제 전체를 한 그릇에 담아 지원을 줄였기 때문에 어린이·청소년 영화제 같은 경우엔 경쟁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더 피해를 보는 경우다. 교육적 성격과 역할이 있는데, 오히려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
"세계에 케이(K)만 강조할 게 아니라 공공적 지원 절실"
- 국제적 위상에도 문제가 생길 것 같다.
"국제적 위상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해외 게스트를 지원할 초청 비용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당연히 영화교류까지 제약받게 된다. 일단 한국 영화를 늘려 게스트 숫자를 더 확보하고, 관객과 같이하는 자리도 증가했지만 국제영화제 측면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네덜란드의 영화교육 관련 아이필름뮤지엄이란 곳에서 관계자가 참여해 성공사례 등을 발표한다. '아카이브의 숲을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개최되는데, BIKY 포럼 행사 중 하나다. 거긴 어떻게 보면 (정부 차원의) 5개년 계획을 통해 이를 마련했다. 국가적인 지원, 모두의 노력이 바탕이 됐다. 문체부나 영진위, 시교육청, 부산시 등 여러 관계 공무원들이 와서 함께 들어보면 좋겠다."
- 유럽연합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어린이청소년 영화제를 향한 국가적인 지원이 우리와 어떤 게 다를까?
"유럽 등은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정말 크다. 한해 만들어지는 영화의 종류도 많다. 영화제에 대한 지원도 전폭적이다. 반면 우리는 어린이·청소년이 볼만한 영화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영화제에 대한 예산 등 관심도 현재 이런 수준이다.
우린 학원에 가고, 대학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관심사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 과정마다 다양한 문화적 영향을 주는 것에 소홀하다. 그런데 BIKY가 그 부분을 채우고 있다. 언젠가 택시를 타면서 기사님과 어린이·청소년 시절에 영화 한 편이 아이들의 인생을 확 바꾸는 순간이 될 수 있단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 어른들도 그렇지 않나? 어린 시절 하나의 순간, 장면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곤 했다. 간접경험이 부족한 지금 BIKY가 이를 제공하는 통로다. 택시 기사님도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영화제에 오면 좋겠다는 말을 하더라. '내 손주를 데려가야겠다'고 했다. 그 말이 바로 우리 영화제가 가야 할 방향이다. 같이 인생을 담을 수 있는 영화제로 만들고 싶다."
- 이번 사태를 놓고 윤석열 대통령과 영진위에 하고 싶은 말이 없나?
"작은 영화제들은 예산이 부족해 해마다 상황이 변하는데, 안정적 지원이 없다면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BIKY에 지원 중단은 미래세대에 대한 포기와도 같다. 당장 복구가 되고, 국제영화제로의 위상을 누리며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윤 대통령과 정부, 영진위 관계자들이 특별히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케이(K)팝이나 케이푸드 등 케이를 크게 강조하면서도 정작 어린이·청소년 부분의 지원은 부족하다. 아이들을 위한 영화제인 BIKY가 케이유스를 확산하는 또 다른 거점이다.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자고 외치면서 어린이·청소년 영화제에 소홀하다면 국제적으로 어떻게 평가될까?"
- 이런 상황에서도 영화제를 제대로 치르겠단 의지가 커 보인다. 올해 주제 등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주제는 늘 '달라도 좋아!(WE ARE ALL UNIQUE!)'이다. 요즘 각자 다르기가 어렵다. 해외 영화들은 상상력이 두드러진다면 우리 작품은 학원이나 학교 등을 소재로 좀 비슷한 경향성이 있다. 그래서 BIKY가 할 일이 있다. 아이들이 영화에서 다름을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개막작 별의 메아리(파트릭 보이빈 감독)를 비롯해 34개국 113편을 마련했다. 섹션은 그동안 없던 부분이 생겼다. BIKY 클래식에서 다루는 '소마이 신지'의 감독의 영화도 살펴볼 만하고,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가 선정한 영화 강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간표에 다양한 클래스와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7월 1일부터 예매가 시작된다. (국비 삭감을 겪었지만) 좀 더 많은 관심으로 관객들이 와준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