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이정민
백종원씨가 경영자로 있는 '더본코리아'의 여러 브랜드 중 하나인 '연돈볼카츠' 사건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관련기사:
"백종원만 보고 시작한 연돈볼카츠... 내가 안일했다" https://omn.kr/293q2).
이 사건은 더본코리아 본사가 연돈볼카츠 가맹점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매출과 수익률을 과장했고 그로 인해 가맹한 점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이후 더본코리아의 반박과 점주들 재반박이 연일 기사가 되며 여론의 관심이 쏠렸다.
이번 일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비교적 흔하다. 이 사건을 공론화하기 전 연돈볼카츠 점주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이 정도 사건으로 백종원이라는 스타 경영자가 운영하는 대형 브랜드를 상대한다는 게 '계란으로 바위 치기' 아니냐는 염려였다.
점주들의 우려대로 '창업 설명회에서 이 정도 과장은 관행이다', '기업이 하는 말을 다 믿은 점주들이 문제다'라는, 오히려 점주를 탓하는 여론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영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이 정도의 부조리는 우리 사회에서 정말 쉽게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관행이 법 위에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법을 어겼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사회의 약속이다.
가령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다면 차는 일시 정지해야 하는 게 규칙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우회전 차량 상당수는 보행자가 채 건너지 않았는데도 관행으로 지나간다. 그러다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단속에 걸리면 처벌받는다. 이번 사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런 프랜차이즈 분쟁 기사에 빠지지 않고 달리는 댓글이 있다. '프랜차이즈가 이럴 줄 몰랐냐?', '누가 당신더러 이런 장사하라고 억지로 시켰냐?'라는 글이다. 한마디로 '프랜차이즈는 원래 점주 등골을 빼먹는 사업인데 그걸 몰랐던 당신의 무지를 탓하라'라는 것이다.
이런 '악플'의 대상은 당연히 점주일 것이다. 그런데 이 지적은 본사에 굉장히 뼈아프다. 더 나아가 우리 프랜차이즈 업계 전체가 통렬하게 반성할 대목이기도 하다. 적어도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사업을 '상생'이 아닌 '착취' 시스템으로 (물론 일부이겠지만)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최고의 기업이 보여 준 후진적 태도
이번 사건에서 더본코리아 측 최초 반박은 허위·과장 정보제공 및 가격 구속과 같은 법적으로 사실관계를 따져야 할 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어진 반박 기사부터 슬며시 본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핵심 사실관계의 검증이 아니라 점주들에게 무능하고 불성실하다는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고자 한 의도가 보였다.
6월 19일 나온 <[단독] "가게 문 자주 닫고 배달 안해" 백종원 압박 점주들, 매출 낮은 이유였다>(머니투데이) 기사가 대표적이다. 그 내용은 이번 사건을 주도한 점주 8명의 가맹점 운영 상태를 분석해 보니 영업 일수가 다른 점주보다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결국, 불성실한 점주들이 자신의 문제를 본사 탓으로 돌렸다는 지적이었다.
"그 기사 보고 정말 불쾌했어요. 영업 일수가 왜 작았겠어요? 점주 단체를 만들고 본사에 협상을 요구하고, 우리끼리는 힘에 부쳐 다양한 브랜드들이 모여 있는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찾아가 도와 달라고 호소하고, 이거 다 우리가 한 겁니다. 작은 매출에 점주 대부분이 1인 자영업자입니다. 그러니까 문을 닫지 않으면 이런 일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사정을 뻔히 아는 본사가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지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그동안 인터뷰에 조곤조곤 답변하던 연돈볼카츠 점주 A 씨는 해당 기사의 내용에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본사의 이런 반박이 황당함을 넘어 '사악'하다고 표현했다.
이 기사 내용 중 프랜차이즈 음식점 월평균 영업일 28.5일(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외식업경영실태조사)이란 통계가 유독 눈에 띄였다. 연돈 점주들의 불성실을 지적하고자 인용한 자료였지만, 그와는 다른 실태를 보여 줬기 때문이다. 이 통계는 '워라벨'을 논하는 이 시대에 가맹점주들의 한 달 평균 휴무일이 겨우 '1.5일'이라는 지옥 같은 현실을 보여줬다. 따라서 이 자료는 오히려 연돈볼카츠 가맹점들의 행동이 복에 겨운 투정이 아님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