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중환자실 수술하고 중환자실에 하루 있었습니다. 소변줄, 링거줄을 뗄까봐 양쪽 팔을 묶었는데 자꾸 풀어달라 했습니다.
강충민
다음날(5월 9일) CT와 MRI를 찍고 난 후, 엄마의 골반은 부러졌고, 그걸로 지탱하려니 허리에도 통증이 온 것이라 했습니다. 수술을 해야 하며, 만약 하지 않으면 누워서 지내는데 그러다 골근육이 빠져 돌아가시는 수순으로 된다고 했습니다. 다행히 엄마는 충분히 인공골반수술이 가능하다 했습니다.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하고 바로 월요일(5월 13일) 수술 날짜를 잡았습니다. 순식간이었습니다.
엄마는 앞을 전혀 보지 못하는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 1983년 갑자기 실명한 후천적 전맹입니다. 그러니 누가 엄마 간병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아흔 네 살의 엄마를 타인이 간병하다, 자칫 더 큰 사고가 발생하진 않을까, 지금껏 생활해 온 공간과 다른 낯선 병실에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컸어요. 이 물음에 각시는 명쾌하게 해답을 내렸습니다.
"당신이 해야지. 당신 지금 딱 백수잖아!"
각시의 말에 항변을 하고 싶었습니다. '난 백수가 아니다, 엄연히 감귤농장을 하고, 문화관광해설사를 하고 있고, 틈틈이 한국어도 가르친다' 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각시가 내게 말한 '당신은 백수'라는 의미는 적어도 시간에 그닥 구애를 받지 않는 상황임을 표현한 것이겠지요. 구구절절하게 백수가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도 우습고, 사실 그게 본질은 아니니 제가 엄마를 간병하기로 했습니다. 쉽게 생각했습니다. 내 엄만데요.
엄마 병원 간병의 시작
입원한 병실은 5인실인데, 엄마처럼 대개가 골반, 허리,등의 문제로 입원한 분들이었습니다. 환자 다섯에 간병인이 나를 포함한 열 명인데, 저만 혼자 남자였습니다. 오히려 저만 남자라서 병실 분들이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기저귀의 접착할 수 있는 부분이 위로 가고, 속 기저귀만 갈고 팬티 기저귀는 하루 정도 써도 된다고 알려 주었고, 휠체어에도 환자복의 두 다리 끝을 한 손으로 잡아 고정시켜 앉히는 것도 자근자근 알려주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