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윤(22)씨의 아르바이트 일정표다.
임채윤
임씨에게 '아르바이트와 돈의 의미'를 묻자 그는 "안정제"라고 답했다. 임씨는 "통장에 어느 정도 돈이 있어야 불안하지 않고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다"라며 "돈이 없을 때는 불안한 마음이 들면서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전했다. 또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는 것,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 등 우리가 누리는 행복에는 모두 돈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현재 영화관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은재(22)씨는 두 가지 아르바이트를 소화하며 학업까지 병행하고 있다. 정씨는 "근무 이틀 전이나 하루 전에도 유동적으로 바뀌는 아르바이트 일정 때문에 다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주변 친구들은 다 하는 염색이나 네일아트도 영화관 규정 탓에 포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에서 20대 청년으로 살면서 사람들이 당연하게 소비하고 있는 것들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가 필연적"이라며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이 가진 재능, 노력보다도 돈이 많고 적음에 따라 상대의 능력을 평가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에게 '돈이란 무엇이냐'고 묻자 "돈은 곧 능력"이라고 답했다.
청년들의 '알바'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양상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어떨까. 청년들의 아르바이트에 대해 더 많은 사람의 생각을 들어보고자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과 아르바이트 고용주 및 소비자학과 교수의 말을 들어봤다.
대학생 손자를 둔 시민 A씨(80대)는 '많은 청년들이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현재 매우 많은 청년이 학업을 뒤로 한 채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사회 경험을 쌓는 게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된 목적인 것 같은데, 대부분 커피숍에서 일하거나 홀서빙 등을 한다"라며 "모든 청년들이 비슷한 종류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하는 게 사회 경험을 쌓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대학가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음식점 사장 황아무개(60대)씨는 "매장이 대학교 바로 앞에 있어 자연스레 대학생을 많이 고용하게 된다"며 "일이 아르바이트생의 학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면 먼저 일을 그만두라고 제안한다"고 했다.
"저도 대학생 자녀가 있어서 그런지 일이 학업보다 우선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평소에 아르바이트생이 일에 부담을 갖지는 않는지, 힘든 건 없는지 자주 물어봅니다. 그러면 대부분의 학생이 일을 그만두기 싫어서 괜찮다고 둘러대는데요. 그럴 때 제가 먼저 학점 A등급 이상 못 맞으면 다음 달부터 나오지 말라고 합니다."
노원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아무개(50대)씨는 "요즘 청년들의 소비 욕구가 점점 더 강해짐에 따라 거의 대부분의 청년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20대 시절 아르바이트를 해본 경험이 없는 최씨는 "과거와 현재의 사회 분위기와 문화가 매우 다르다"며 "현재 청년들은 소비에 더 적극적이고 소비생활에 여러 미디어의 영향도 많이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 20대 때는 학생 운동이 엄청 활발했던 때라 지금처럼 소비를 자유롭게 하지 않았어요. 취미생활에 엄청난 돈을 쏟는다거나, 사치를 부리면서 돈을 쓰고 나를 꾸미면 그 자체로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것 같은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영애 교수에게 '청년들의 아르바이트와 소비 양상'에 대해 묻자 "현재 우리 사회에 과거에는 없던 서비스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됐다"며 "과거 청년들에 비해 현 시대의 청년들이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이 늘어났고 그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것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늘어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비할 여력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청년들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 교수는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소비 패턴이나 양상이 특별히 새롭게 등장해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부추긴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이전의 그 어떤 시대보다 돈의 중요성이 커졌고,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도 많아졌다. 대학생 신분으로 가장 중요한 학업과 다시 돌아오지 않는 청춘까지 포기해 가면서 20대 청년들이 좇는 건 다름 아닌 '돈'이다. 생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그들이 아르바이트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그들에게 돈이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청춘이라는 시기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시간을 돈으로 바꿔내는 것이 과연 더 나은 방향으로 향하는 길일까. 20대라는 짧고 빛나는 시간 속에서 자신의 것을 잃어가면서까지 아르바이트에 많은 시간을 쏟아붓는 게 옳은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말과 글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바뀐 세상은 분명 더 나은 쪽일겁니다. 마음을 담아 글을 쓰겠습니다.
제가 바라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글을 씁니다.
공유하기
주객전도 택한 청년들, 학업보다도 '아르바이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