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vs. 재생에너지" 국회기후변화포럼, 11차 전기본 실무안 공청회 개최

11차 전기본에 SMR 1기 계획 담긴 까닭… 전문가 평가는?

등록 2024.06.27 13:34수정 2024.06.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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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국회 공청회'가 열렸다.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국회 공청회'가 열렸다.한정애 의원실

"탄소중립의 부각으로 전력산업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국회 공청회'에 참석한 정동욱 제11차 전기본 총괄위원장이 남긴 말입니다. 이날 행사는 국회기후변화포럼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공동 주최했습니다.

앞서 지난 5월 3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38년까지 국내 발전설비 계획을 담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아래 11차 전기본)'을 공개했습니다.

전기본은 향후 15년간의 국가 전력수급의 기본방향과 장기 전망을 담는 계획입니다.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강서구병)은 개회사에서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미래 전력수요 전망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전력 공급 방안에 대해 많은 우려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 우려를 반영하듯 이날 행사에서는 일부 설전이 오갔습니다.

11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SMR 계획 담긴 까닭은?


11차 전기본 실무안 내 주요 쟁점은 단연 발전원 구성입니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의하면, 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은 이전 제10차 전기본의 21.6%가 유지됐습니다.

또 신규 대형 원자력발전소 3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를 도입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정부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서 원전 활용이 필수적이란 입장입니다. 이를 두고 야당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질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전기본 실무안 완전 재검토를 요구한 상황입니다.
 
 5월 31일 발표된 11차 전기본 실무안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2038년 국내 대형 원전은 최소 33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5월 31일 발표된 11차 전기본 실무안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2038년 국내 대형 원전은 최소 33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그리니엄
 
이날 발표자로 나선 정 위원장은 11차 전기본 실무안 수립 시 2030 NDC 달성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고려했단 점을 언급했습니다. 이에 그는 이번 실무안이 "경제법정 계획보다는 환경법정 계획에 가까웠다"고 덧붙였습니다.

정 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진영논리가 너무 심각하다"며 "원전은 원전 대로 재생에너지는 재생에너지 대로 양쪽으로부터 욕먹을 각오는 했었다"고 입을 뗐습니다.

그는 발전원에 원전을 넣을지 말지 자유롭게 고민하는 국가가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미국이나 프랑스와 비교해 국내 원전 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췄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정 위원장은 "(한국은 원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국가다"라며 "다행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무안 속에 SMR 1기가 담긴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됐습니다. 정 위원장은 국가 과제로 추진되는 SMR 기술개발을 촉진하고, 해외 SMR 시장 진출을 위해 실무안에 담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부 관계자 역시 SMR이 2034년이나 2035년에는 발전원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대형 원전과 SMR 모두 지역 공모를 거쳐 확정될 것이란 말도 나왔습니다.

"RE100 위해선 제도적 보완 필요"… 탄소무역장벽, 무탄소인증으로 해결
 
 정동욱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장은 실무안 내 주요 내용과 향후 계획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정동욱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장은 실무안 내 주요 내용과 향후 계획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국회기후변화포럼, Youtube 캡처
 
RE100(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 충당)과 탄소무역장벽과 관련된 내용도 언급됐습니다. 산업계가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관심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무역협회에 의하면, 국내 수출제조기업 610곳 중 16.7%는 거래업체로부터 RE100 이행 요구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 중 41.7%는 당장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할 것을 압박받고 있습니다. RE100 대응이 수출 기업에게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것입니다.

반면, 정부는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중요하나 국내 산업계 여건을 고려할 시 무탄소에너지가 더 현실성이 있다는 것이 정부 측의 말입니다.

정 위원장은 2022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50TWh(테라와트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현 계획이라면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2038년까지 200TWh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RE100 충족을 위해선 여러 방법이 많다"면서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예컨대 충분한 전력망 증설이 필요하단 것. 정 위원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상당수가 남부 지방에 위치한 반면, 전력 수요처는 수도권에 있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탄소무역장벽에 대비하기 위해선 무탄소전원 사용을 인증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무탄소에너지 인증 제도를 마련한단 계획입니다.

COP28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 서약, 산자부 "쉽게 달성할 수 없어"

정 위원장은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 상황과 여러 제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 수소 혼소나 암모니아 혼소 같은 신기술, 인구 감소 등 고려해야 할 불확실성이 많았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그런데 정 위원장은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두고 "경제성 평가를 안 했다"고 밝했습니다. 앞서 정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이 지난 21일 주최한 11차 전기본 긴급 토론회에서도 경제성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 측 관계자가 직접 해명에 나섰습니다.

이날 패널토론에 나선 문양택 산자부 전력산업과장은 "경제성 평가를 안 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확히는) 전원 간 경제성을 비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흔히 경제성 평가를 두고 재생에너지 설비와 대형 원전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단 것. 단, 둘을 비교할 만한 데이터를 접하지 못했단 것이 문 과장의 설명입니다.

한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나온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3배 확대' 목표와 관련한 입장도 언급됐습니다.

앞서 10차 전기본은 2030년 태양광·풍력 보급 전망을 65.8GW로 제시했습니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2030년 보급 목표를 72GW로 재조정됐습니다. 산자부는 COP28에서 합의된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 과장은 해당 목표에 대해 "전력계통만 따지면 그 물량은 쉽게 달성할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 보급과 전력계통 면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불확실성 고려해야 vs. 불안전성 반영해야" 11차 전기본 평가 엇갈려

한편, 이날 패널토론은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두고 긍정과 부정 평가가 두루 나왔습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실무안은 특정 전원에 의존하기보다는 전원 간의 대체성과 보안성을 함께 고려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교수는 미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단 점도 언급했습니다. 전력수요 전망치와 실제 수요 간의 괴리가 발생한단 것. 김 교수는 "오차율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 여러 항목을 충분히 고려했는지가 중요하다"며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수요 전망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의 경우 의욕적인 숫자라고 그는 평가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할뿐더러,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체 역시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에 나서야 한단 것이 김 교수의 제언입니다.

SMR 등 상용화와 실증이 안 된 기술은 연구개발(R&D) 측면에서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로 참석한 황태규 GS EPS 상무는 발전사 입장에서 탄소중립이 약점이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비용효율적으로 탄소중립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낸 발전사가 에너지 시장에서 우위를 누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황 상무는 강조했습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국회 공청회'에 패널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황태규 GS EPS 상무, 신동원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 국회 공청회'에 패널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의 모습. 왼쪽부터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황태규 GS EPS 상무, 신동원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국회기후변화포럼, Youtube 캡처
 
신동원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은 11차 전기본이 주요 리스크를 반영했는지 봐야 한단 점을 짚었습니다. 기술발전 속도와 급변하는 국제 정세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화석연료를 언급했습니다.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수입발 에너지 인플레이션이나 불안정성 역시 반영해야 한단 것이 그의 제언입니다.

신 연구위원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말하길 탄소중립이 없었으면 에너지 계획은 단순했을 것이다"라며 "그러나 기후대응과 글로벌 기후정책 규제는 돌이키기 어려우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신 연구위원 역시 커져가는 RE100 요구나 녹색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재생에너지가 확대돼야 한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선 송전망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 역시 매우 절실하단 점을 짚었습니다.

신 연구위원은 "(에너지 정책의 효과는) 10년~20년 후에야 계획들이 이행되면서 혜택을 받는다"며 "지금 현명하게 계획을 세워야 향후 10~20년 후에 혜택을 받을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이어 그는 "지금 수정을 할 수 있을 때,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보완하면 좋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정 위원장은 "(11차 전기본 실무안이) 큰 수정 없이 가길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한편,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 그리고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 등을 순차적으로 거쳐야 합니다. 이후 전력정책심의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
#국회 #에너지안보 #기후대응 #재생에너지 #원자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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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기후위기라고 생각함.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술과 토론이 답이라고 생각. 사실과 이야기 그리고 문제의 간극을 좁히고자 열심히 글을 쓰고 있는 중. ■ 이메일 주소: yoon365@greenpuls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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