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욱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장은 실무안 내 주요 내용과 향후 계획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국회기후변화포럼, Youtube 캡처
RE100(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 충당)과 탄소무역장벽과 관련된 내용도 언급됐습니다. 산업계가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관심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국무역협회에 의하면, 국내 수출제조기업 610곳 중 16.7%는 거래업체로부터 RE100 이행 요구받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 중 41.7%는 당장 올해나 내년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할 것을 압박받고 있습니다. RE100 대응이 수출 기업에게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것입니다.
반면, 정부는 원자력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역시 중요하나 국내 산업계 여건을 고려할 시 무탄소에너지가 더 현실성이 있다는 것이 정부 측의 말입니다.
정 위원장은 2022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50TWh(테라와트시)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현 계획이라면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2038년까지 200TWh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는 "RE100 충족을 위해선 여러 방법이 많다"면서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예컨대 충분한 전력망 증설이 필요하단 것. 정 위원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시설 상당수가 남부 지방에 위치한 반면, 전력 수요처는 수도권에 있단 점을 꼬집었습니다.
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탄소무역장벽에 대비하기 위해선 무탄소전원 사용을 인증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정부는 올해 안으로 무탄소에너지 인증 제도를 마련한단 계획입니다.
COP28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대 서약, 산자부 "쉽게 달성할 수 없어"
정 위원장은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 상황과 여러 제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피력했습니다.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 수소 혼소나 암모니아 혼소 같은 신기술, 인구 감소 등 고려해야 할 불확실성이 많았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그런데 정 위원장은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두고 "경제성 평가를 안 했다"고 밝했습니다. 앞서 정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 '비상'이 지난 21일 주최한 11차 전기본 긴급 토론회에서도 경제성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밝혀 논란을 빚은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정부 측 관계자가 직접 해명에 나섰습니다.
이날 패널토론에 나선 문양택 산자부 전력산업과장은 "경제성 평가를 안 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확히는) 전원 간 경제성을 비교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흔히 경제성 평가를 두고 재생에너지 설비와 대형 원전을 비교하는 경우가 많단 것. 단, 둘을 비교할 만한 데이터를 접하지 못했단 것이 문 과장의 설명입니다.
한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나온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3배 확대' 목표와 관련한 입장도 언급됐습니다.
앞서 10차 전기본은 2030년 태양광·풍력 보급 전망을 65.8GW로 제시했습니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2030년 보급 목표를 72GW로 재조정됐습니다. 산자부는 COP28에서 합의된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 과장은 해당 목표에 대해 "전력계통만 따지면 그 물량은 쉽게 달성할 수 없다"며 "(재생에너지) 보급과 전력계통 면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불확실성 고려해야 vs. 불안전성 반영해야" 11차 전기본 평가 엇갈려
한편, 이날 패널토론은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두고 긍정과 부정 평가가 두루 나왔습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실무안은 특정 전원에 의존하기보다는 전원 간의 대체성과 보안성을 함께 고려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교수는 미래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단 점도 언급했습니다. 전력수요 전망치와 실제 수요 간의 괴리가 발생한단 것. 김 교수는 "오차율을 조금이라도 더 낮추기 위해 여러 항목을 충분히 고려했는지가 중요하다"며 "현 상황에서는 최선의 수요 전망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의 경우 의욕적인 숫자라고 그는 평가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규제 개선에 나서야 할뿐더러, 지방자치단체와 사업체 역시 적극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 구축에 나서야 한단 것이 김 교수의 제언입니다.
SMR 등 상용화와 실증이 안 된 기술은 연구개발(R&D) 측면에서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로 참석한 황태규 GS EPS 상무는 발전사 입장에서 탄소중립이 약점이란 점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나 비용효율적으로 탄소중립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낸 발전사가 에너지 시장에서 우위를 누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황 상무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