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약서 그리고 시작수업 첫 시간에 배부된 서약서와 교재, 내가 배우고 얻은 것은 책 한 권에 미처 담을 수 없는 분량이었다.
구혜은
3개월간의 교육
수업 시작과 함께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변화는 등굣길 풍경이다.
"학교 잘 다녀와. 엄마도 열심히 공부할게. 찬이는 학교 끝나고 도서관에 가 있어. 엄마가 데리러 갈 테니까 책 보면서 기다려."
아이들은 학교로, 나는 지하철역으로 몸을 돌린다. 내 발걸음이 아이들과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했다. 각자 갈 곳이 있고 해야 할 일이 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를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알게 된 건 친구 덕분이다. 친구는 이곳에서 정리수납 과정을 수강하고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후 조합까지 설립하여 정리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친구의 변화가 놀라웠다. 25년을 봐왔지만 이렇게 추진력 있게 일을 진행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친구의 모습이 자극이 되었다. '나도 정리 컨설팅 일을 배워볼까?' 잠시 고민했지만 곧 나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청소는 좋아하지만 정리는 잘하지 못한다. 정리도 재능이라 생각하는 1인이다. 재능 없는 일에 매달리기 보다 나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싶었다.
경력 단절 이후에도 지속해 온 일, 도서관 문화 강좌를 수강한 이력, 소소하게 따온 자격증, 돈은 되지 않지만 시간과 열정을 쏟았던 일... 그렇게 내가 찾은 일이 중고등학교 '진로 교육 강사'이다.
나는 계속해서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해왔다. 대학 시절 학원에서 국어 강사로 일했고, 교육 기업에서 7년을 일했으며, 퇴사 후 잠시 다녔던 직장도 교육기관이었다. 직장을 다니며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중등교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나는 가르치는 일을 좋아한다. 나의 지도로 누군가 더 나은 모습이 되어 있을 때, 기쁘고 보람을 느낀다.
강의 일이 체질에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출간 이후 도전한 책쓰기 강의에서였다. 북튜버 활동을 하면서, 창업 후 라이브 쇼핑으로 물건을 판매하면서 알게 된 재능이 말하기 능력이었다. 그러고 보면 내가 했던 일이 '직업'으로서 인정받을 일은 아니었지만, 내 흥미와 적성을 찾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본다.
진로 교육강사 수업을 받으려면 서류와 면접 전형을 통과해야만 한다. 이력서를 통해 왜 진로 강사가 되고 싶은지, 어떤 이력을 쌓아왔는지 어필하는 과정이다. 이 단계가 1차적으로 나의 직업에 대한 욕구와 가치를 확인하게 되는 절차가 되는 셈이다. 이력서를 쓰면서 가슴이 뛰었다. '드디어 내가 제대로 길을 찾았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선발된 스무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공동의 목표가 있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