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사람들달리는 사람들의 모습
pixabay
자주 교류하며 지내는 친한 동생이 수년간 달리기를 하며 마라톤에 여러 차례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나와는 너무 다른 유형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뿐 따라서 뛰고 싶지는 않았다. 요즘 달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도 (남들 하는 걸 안 하고 싶어 하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는 내가 달리기에 관심을 꺼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런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이유는 아주 가벼운 호기심 때문이었다.
두 달 전 대학교 재상봉 동문회 이후 같은 과 친구가 달리기 단톡방을 개설했다며 동기들을 방으로 초대했다. 나처럼 달리기와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 친구들이 저마다의 경험을 나누었고 바로 다음 날부터 각자 동네에서 아침 달리기를 하고 인증을 하자는 메시지가 오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내가 아침에 그들을 따라서 달리기를 하러 나가게 될 줄은.
그날 우연히 아침 일찍 눈이 떠졌는데 단톡방에서 친구들이 하나둘 자신의 집 앞으로 뛰러 나간다는 메시지를 읽으면서 호기심이 발동했다. '5킬로미터는 대체 어느 정도의 거리일까? 계속 뛰는 게 얼마나 가능한 걸까?' 뭔가 홀린 듯 나는 그렇게 아무런 준비 없이 패션 운동화에 히든삭스를 신고 집 밖을 나갔다. 그렇게 첫 달리기를 시작했다.
살짝 뛰었다가 걷는 걸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3킬로미터 지점에 도달했다. '와 내가 이렇게 이른 아침에 달리기를 하다니 믿기지 않아. 아침 공기도 상쾌하고 기분이 꽤 괜찮은데?' 하지만 딱딱한 운동화를 신은 덕분에 발뒤꿈치가 크게 까지는 부상이 생겼고 나머지 2킬로미터는 터덜터덜 발을 끌며 들어와야 했다. 첫 달리기는 그렇게 형편없이 끝났다.
'발뒤꿈치만 까지지 않았어도... 신발만 제대로 신었어도 더 편하게 달리지 않았을까?' 이틀 뒤 뒤꿈치에 밴드를 붙이고 새로 구입한 러닝화를 신고 재도전을 했다. 달리는 거리가 조금 더 길어졌고 기록이 좋아지는 걸 눈으로 보니 왠지 신이 났다. 셋째 날에는 마라톤 대회 경험이 있는 친구가 달리기 메이트를 해주러 우리 동네로 와주었다. 그녀의 리드에 따라 어렵지 않게 쉬지 않고 5킬로미터를 쭉 달리는 첫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뒤 그늘에서 맞는 바람이 이렇게 시원하다니. 달리기를 마치고 동네 편의점에서 그녀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먹으며 천국에 온 기분을 느꼈다. 이후 몇 번의 달리기 번개와 정모를 거치면서 어느새 나는 이틀에 한 번은 5~7킬로미터를 즐겁게 뛰는 귀여운(?) 러너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열정적으로 달리기를 전도하는 사람이 되었다.
두 달 동안 꾸준히 달리기를 이어간 덕분인지 요즘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나에게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는 칭찬을 자주 듣고 있다. 러닝복을 입고 거울을 보면 탄탄해진 몸과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의 내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 뛰러 나가기 전과 후에 단톡방에 인증 사진을 올리고 응원을 받는 재미도 달리기를 재미있게 이어가는 이유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