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남만주의 옥수수
이윤옥
답사단은 다렌(大連)에서 전세버스에 올라 백두산 등정이 가까운 도시인 퉁화(通化)까지 장장 8시간의 긴 여정에 올랐다. 사실 다렌이라면 안중근, 신채호, 이회영 등 독립투사들이 갇혀 있었던 뤼순감옥을 들리는 것이 마땅한 일이겠으나 부득이 일정상 다음을 기약하고 답사단을 실은 버스는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남만주벌판의 옥수수밭을 지나 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8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질주하면서 세 번 휴게소에 들렀는데 두 번째 들른 곳이 무순(撫順) 휴게소였다. 버스가 무순휴게소를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 의병 지도자 윤희순(1860-1935) 지사가 떠올랐다.
윤희순 지사는 부녀자들을 모아 의병활동을 하면서 8편의 의병가를 만들었고, 4편의 경고문을 지어 의병과 싸우던 관군, 의병을 밀고했던 밀고자들, 그리고 일본군에게 일침을 가했던 여장부다. 윤희순 지사는 1911년 시아버지 유홍석과 남편 유제원을 따라 중국 환인현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중국으로 망명한 지 2년 만에 시아버지 유홍석이 세상을 떠났고, 다시 2년 만에 버팀목이던 남편마저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