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베트남에어라인에서 만난 일출
한성은
나는 지금 호치민에서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베트남에어라인 항공기의 가장 끝자리에 앉아 창밖의 일출을 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호치민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국적기 직항이 있다는 게 놀랍다. 10년을 먹어도 적응이 안 되는 고수가 기내식에도 들어 있다는 게 또 놀랍다. 호치민은 국제적인 도시였고, 고수는 국제적인 식자재였다. 해외 생활이 곧 10년 차에 접어들지만 나의 세계관은 여전히 좁다는 게 마지막으로 놀랍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됐을까?> 김영하 작가의 데뷔작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남자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 나도 엘리베이터에 끼었던 적이 있었다. 물리적으로든 상징적으로든 그런 일은 존재한다. 10년 전 부산 수영 현대아파트의 오래된 엘리베이터에 낀 나는 세계일주를 하겠다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배낭을 멨다.
당시 30대 중반이었던 내가 손에 쥘 수 있었던 건 실직으로 인한 시간적 여유와 잔고는 0원이지만 마이너스 통장이라는 금전적 여유였다. 한 마디로는 빚쟁이 백수 정도 되겠다. 세계일주 같은 건 꿈꾸면 안 되는 젊음이었다. 아니, 중년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 생면부지의 <오마이뉴스> 독자들도 나를 걱정해주셨다. 나의 선택이 크게 잘못됐다는 것과 나의 미래가 얼마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전망이 주를 이루었다.
나 역시 동의하고 공감하는 바였기에 힘찬 응원의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그러니까 '이 여행은 내 삶의 마지막 여행이다. 내가 여길 언제 다시 와 보겠어?'는 어디를 가든 무엇을 경험하든 간절하고 절실했다.
[연재기사 :
타박타박 아홉걸음 세계일주 https://omn.kr/1puud]
오마이뉴스에 <타박타박 아홉걸음 세계일주>라는 이름으로 연재를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간절하고 절실했기에 더 많이 보고, 더 깊이 생각하고, 더 크게 성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몇 개의 상을 받았다. 내가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지는 않았다는 코멘트가 적힌 성적표를 받은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