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은 그 무대에서 어린 시절 설렘을 되살린 진짜 소녀가 되었다. 강단의 나는 그저 관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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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과 별개로 걱정도 생겼다. 나는 그때까지 기초수급자 독거노인을 실제로 만난 적이 없었다. 대신 미디어를 통해 '홀로, 외롭게, 우울하고 어두움'이라는 이미지는 탄탄하게 박혀 있었다. 이런 이미지가 나를 긴장으로 탄탄히 가뒀다. 우울하고 어두운 이들에게 무슨 말을 건네야 할까? 쓰다보면 개인사가 나오기 마련인데 그 이야기들을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짧은 순간에 내게 되물었다. 자신이 없었다.
복잡한 마음으로 강의실에 들어갔다. 같이 들어오던 어르신들이 내게 직각으로 허리 숙여 인사를 하셨다. 그렇게까지 인사하는 어르신을 처음 본지라 당황한 나는 폴더처럼 허를 접어 인사했다. 고개를 드니 어르신들 얼굴에 소녀 같은 맑은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삶의 무게에 눌린 사나운 주름 따윈 없었다.
'홀로 외롭게'라는 전제부터 틀렸다. 가족 없이 홀로 사는 건 맞지만 이웃사촌으로 서로의 가족이 되어 돌보는 분들이었다. 자서전에서는 수강생들끼리 처음 보는 사이였지만 여기서는 다들 친구였다. 그것도 칭찬에 아주 넉넉한 친구들이었다. 한 페이지를 써도 별 말 없던 다른 복지관에 비해 여기서는 한 줄만 써도 서로 잘했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자서전 수업을 할 때는 수업 초반에 꼭 간 보는 사람이 있다. 한 글자도 안 쓰면서 팔짱 끼고 나를 관찰한다. 좋게 말해 관찰이지, 감시다. 그런 분 설득하는 것도 내 일이라 여러 방법을 써보긴 하지만 안 통한다. 그러다 갑자기 적극적이 되기도, 말없이 사라지기도 한다. 10명 수업보다 그 한 명이 너무 힘들었는데 나중엔 그저 기본값이려니 했다. 그래야 나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는 첫 시간부터 여덟 명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게 느껴져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어떻게 100프로 참여가 있을 수 있지?
처음부터 100프로가 참여하는 수업은 상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평정심 유지를 잘 해낸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애써 평정심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수업은 수업이라기보다 놀이 같았다.
어르신들이 허브꽃 농장을 다녀왔다길래 '꽃잎이 바스락 흔들렸다'에서 '바스락' 같은 말이 뭐가 있겠냐고 물어봤다. 어떤 분이 '꽃잎이 사각사각거린다'라는 대답을 주셨다. 뒤이어 둥실둥실, 하늘하늘 같은 말이 나왔다. 이런 말들에 내 마음을 넣을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