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비파 사이다' 캔 디자인
완도신문
그것을 보고 '완도 비파 사이다'가 생각났다. 한주먹 움켜쥘 정도로 아담한 캔 음료의 표면에는 복고풍이 묻어난 디자인이 먼저 눈에 띈다. 요즘 유행한다는 레트로 감성이 박혀있다. 흡사 박카스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지만, 그와 비슷하지도 않다. 은연중에 느낌이 중첩될 뿐이다. 어디에서 본 듯하지만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 디자인을 가만 보고 있으니 학창 시절 소풍 갈 때 계란을 삶아 사이다 한 병 가방에 담아 갔던, 그리고 기차 안에서 찐 계란을 까서 한 입 베어 물고 칠성사이다를 나발 불던 그 시절의 감성을 자극한다. 디자인 하나가 입가에 미소를 머물게 한다.
광고 문구 하나에서, 상품 디자인 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성을 읽어내는 것도, 그것을 기획해 낸 것도, 현대인의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필수 아이콘이 됐다. 그런데, 지역을 홍보하는 관광 상품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아쉬운 원교서맥깃발전 전시
반대로 감성 자극보다는 보는 사람에게 찬물을 끼얹는 경우도 있다. 이달의 우리 지역 워스트(WORST)다. 완도군이 사활을 건 사업인 해양치유센터를 보자. 지난주 지인이 자랑삼아 사진 몇 컷을 카톡으로 보내왔다. 그것은 해양치유센터 입구를 장식한 '원교서맥깃발전'이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몇 번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이것을 자랑이라고 보낸 것인지, 아무리 홍보를 하려고 노력해 봤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만장(輓章)이 뭔 줄 아세요? 거기에 꽃상여 하나 놓고 살풀이 굿이라도 한판 벌일 모양이지요?" 좋은 소리가 나올 턱이 없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완도군의 관광 홍보는 실패하기 딱 좋은 예다.
확인 결과, 남도 르네상스 공모사업에서 1천만 원을 지원받아 고작 해 놓은 것이 그것이다. 그런 시도를 한 것은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겠지만, 그보다는 부작용이 더 크다. 그것은 애써 작품을 창작한 작가에 대한 모독행위이며, 전시 감각이 뒤떨어지기에 그 정도의 기획력 밖에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은 적은 비용으로도 빛을 이용한 다양한 전시 방법이 활용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전시기획자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