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녹취록 관련 신문 지면(7/10~12) 보도건수와 ‘이종호’ 언급 여부
민주언론시민연합
임성근 전 사단장을 구명했다고 자랑한 이종호 녹취록은 7월 9일 MBC와 JTBC 보도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녹취록엔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2차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 이종호 씨가 임성근 전 해병대 사단장 구명로비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대화가 담겨 있습니다. 대통령실의 채 상병 관련 수사외압 이유가 불명확했던 가운데 임 전 사단장-이종호 전 대표-김건희 여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드러난 녹취록은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대화입니다.
동아일보 <공수처 "도이치 공범, 'VIP 통해 임성근 구명' 자랑" 지인 진술 확보>(7월 10일 구민기·최미송 기자), 한겨레 <이종호 또다른 통화 녹취엔 "국방장관 추천…우리 거 될거야">(7월 12일 오연서·정혜민·김완 기자), 한국일보 <김 여사 계좌관리인…"치안감 승진" 허언 전력 탓 'VIP 실체' 신중론>(7월 11일 강지수 기자)에서 알 수 있듯 이종호 전 대표는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이전 경찰·장관 인사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농단 수준의 중대 사안을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는지 7월 10일부터 12일까지 6개 일간지와 2개 경제지의 지면보도를 살펴봤습니다.
7월 10일 한겨레는 1면 머리기사 <'VIP에 임성근 구명' 김건희 도이치 공범 녹취 나왔다>(전광준·오연서·배지현·정혜인 기자)에 이어 3면 전체를 할애해 녹취록에 관해 상세히 보도했고, 경향신문 <주가조작 공범 "VIP에 얘기하겠다" '임성근 구명' 발언 녹음파일 나왔다>(김혜리 기자)도 1면과 3면에 관련보도를 이어가며 비중 있게 다뤘는데요. 반면 한국경제는 3일간 단 한 건도 내놓지 않았고,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도 1건씩만 보도하며 주요하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특히, 경향신문·동아일보·한겨레·한국일보를 제외하고는 '이종호'라는 이름 석 자를 쓰지 않았는데요. 동아일보도 <사설/"VIP에 임성근 구명"…철저하고 빠른 수사로 사실 여부 밝혀야>(7월 11일)에서 한 차례 이름을 언급했을 뿐 보수·경제지는 '이종호'란 이름을 거론조차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씨', '이 모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도이치 공범'이라고 언급했는데요. 김건희 여사 연루를 감추려는 듯 보도량도 턱없이 부족했고, 관련 사안을 자세히 다루지도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매일경제, '구명로비' 의혹 축소
조선일보는 '이종호 녹취록'은 간결하게 전달하면서 의혹 당사자들 입장에 집중해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공세처럼 보도했습니다. <'구명 로비 의혹' 임성근 "로비 자체가 불가능">(7월 11일 방극렬·이민준 기자)은 더불어민주당이 "'주가조작범의 로비에 의한 국정 농단' '로비 창구는 김 여사' 등을 주장하며 의혹을 키우는 중"이라며 정치공방으로 전했는데요.
더 나아가 녹취록에 담긴 구명로비가 아닌 의혹 당사자인 이종호 씨와 임성근 전 사단장의 반론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습니다. "이씨와는 한 번도 통화하거나 만난 적 없고" "부대 내부 상황을 전혀 모르는 이씨가 로비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 임 전 사단장의 주장과 함께 "자꾸 물어 오버스러운(과장된) 표현을 써서 얘기한" 것이며 "김 여사와 통화할 사이도 아니고, 임 전 사단장은 본 적도 없다"고 한 이 씨의 항변을 전했는데요. 공익제보자에 대해서도 '공수처가 확보한 녹음파일에 등장한 김 모 변호사'는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4월 총선에 출마했다 경선에서 탈락했다며 정치색을 덧씌워 녹취록 가치를 떨어뜨리려 노력했습니다.
녹취록의 중요성을 축소하고 의혹 당사자들 입장을 부각한 보도는 매일경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매일경제 <임성근 VIP 구명설에…야 "스모킹건" 용산 "허위">(7월 11일 구정근·안정훈 기자)는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 특검법 공세를 강화할 소재가 나오자 반색했지만 관련자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라며 녹취록이 허위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대통령실과 임 전 사단장, 이종호 씨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VIP 누구? 동아일보 '김계환 지칭' VS 한겨레 '황당'
이종호 전 대표는 녹취록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VIP는 윤대통령이 아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는데요. 동아일보 <'VIP 구명' 언급한 도이치 공범, 녹취 나오자 "김계환 지칭한 것">(7월 11일 구민기·최미송·윤다빈 기자)은 이씨가 "(녹음파일 내용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고, "'VIP' 역시 B씨가 언급한 말을 옮긴 것이며 대통령이 아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뜻하는 것"이란 주장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 <"VIP는 김계환 사령관 지칭한 것" 이종호의 황당 해명>(7월 11일 정혜민·오연서 기자)은 'VIP가 윤 대통령이 아닌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뜻하는 것'이란 이 전 대표의 주장은 "포항에 가서 임성근이를 만나기로 했는데 이번 문제가 되니까 사표 낸다고 그래 가지고 내가 못하게 했다"고 한 지난해 8월 9일 통화내용을 미루어볼 때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통화 녹취에서 여러 차례 "내가 (사표를 쓰는 것을) 못하게 했다"고 강조하고 있어 김계환 사령관이란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인데요. 같은 날 보도임에도 동아일보는 이종호 씨 변명을 전달하는 데 그친 반면, 한겨레는 해당 발언을 검증하는 데까지 나아갔습니다.
MBC, JTBC '임성근 구명로비 의혹'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