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여는 커피를 어디에서?마실 것인지?결정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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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이 열리고 꽃집 사장님이 등장했다. 한 달 전쯤 나는 그녀에게서 홍콩야자 화분을 구매했었다. 나를 용케 기억한 사장님이 "어머, 여기서 다 만나네요"라며 반가워한다. 혼자 글을 쓰다 보니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가 반갑다.
"축 늘어졌던 화분이 최근에 겨우 살아났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라고 물어보았다. 갑자기 더워져서 힘들 거라며 물 주는 주기를 늘려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생명을 키우는 건 역시 쉽지 않네요" 하자 "그럼요, 그래도 큰 기쁨이 있잖아요.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한다. 명랑한 그녀의 목소리가 색이 된다면 여름의 초록일 것이다.
커피 한 잔을 비우고 글을 쓰는데 카페 사장님이 조용히 다가와 묻는다. 혹시 산미 있는 원두는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냐고. 오늘 내린 라테가 마음에 들지 않아 상태 좋은 다른 원두로 새로 드리고 싶다고.
작은 가게의 사장님들은 어째서 모두 이렇게 세심할까. 따뜻한 라테 한 잔을 슬쩍 놓고 가시는 사장님에게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 하고 외쳤다. 작은 가게의 사람들로부터 받은 다정한 말과 마음들.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들.
내 글도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그들의 마음에 무사히 도착해 울렁이는 물결을 만들고 여운이 남는 웅덩이를 만들 수 있을까. 자랑할 만한 책 한 권 없지만 눈앞의 모니터를 나만의 작은 가게라 생각하기로 한다.
매일 써 내려가는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누군가와 연결될 날이 분명히 오리라 믿는다. 알려지지 않은 이 작은 가게의 문 앞에 누군가 도착할 날을 기다리며. 너무 느리지도 조급하지도 않게. 내가 받은 다정한 마음을 손에 꾹꾹 담아 오늘의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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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꼭 껴안고 이른 아침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식탁 끄트머리에 구겨 앉아, 도서관 구석에서 글을 쓰며 더없이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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