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와 하이볼
한재아
하이볼을 마시기 시작한 건 작년 겨울즈음. 칵테일과 화이트와인처럼 달달한 술이 취향임을 알게 되었을 때 우연히 스카치 위스키를 접하게 되었다. 스카치(Scotch) 위스키는 크게 5가지로 싱글 몰트, 싱글 몰트 스카치, 싱글 그레인, 블렌디드, 블렌디드 몰트로 구분된다. 이 중에서 내 시선을 끌었던 건 블렌디드 위스키였다. 싱글 몰트 위스키보다 저렴하고 적절한 블렌딩 덕분에 크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아 대중적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여러 영상들을 찾아보다보니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고 자연스레 맛도 궁금해졌다. 마침 그때즈음 비어버린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마트에 갔다가 주류 코너에서 발견한 블렌디드 위스키를 덜컥 카트에 담아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위스키는 위스키. 뚜껑을 열자마자 훅 끼치는 알코올 냄새에 잠시 멈칫했다. 맛이라도 보자는 생각으로 잔에 옮긴 뒤 잠시 방치해뒀더니 묘하게 포도 비슷한 향과 나무향이 느껴졌다. '마셔도 괜찮은 거겠지..?'
약간의 걱정과 함께 마셔 본 위스키는 단물 빠진 포도 껍질의 맛과 향신료의 매운맛이 주로 느껴졌다. 높은 도수가 익숙하지 않아 목구멍이 화해지는 건 덤이었다. 그냥 마시기에는 무리라는 판단이 들어 그때부터 하이볼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
하이볼이 가득 담긴 잔과 그릇, 식기를 세팅해놓으니 갓 구워 따끈따끈한 해물파전이 그릇에 옮겨졌다. 익은 양파와 파의 달달함, 청양고추의 매콤함, 그리고 오징어의 쫄깃함이 아울려 바삭하고 촉촉한 파전이었다.
젓가락으로 찢어 낸 조각을 두어개 먹고 기름기가 입안을 맴돌 때 시원한 하이볼을 마셨다. 아까보다 거세진 빗소리가 닫힌 창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존재감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오랜만에 즐기는 평화로운 주말 저녁이었다.
"오, 하이볼 맛있는데?"
"그럼 그럼. 이제 우리집은 파전에 막걸리 대신 파전에 하이볼이라구."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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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흘러가는 것들을 사랑하는 20대. 평범한 일상의 순간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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