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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과 과도한 SNS 반응

건강한 도파민 활성법과 SNS 활동의 공공성을 고민할 때

등록 2024.07.19 13:37수정 2024.07.1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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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하나>


2024년 6월 17일. 영국 북서부 랭커셔 출신 19세 백인 남성이 스페인 휴가지에서 음악축제를 즐긴 후, 다른 두 남자와 도보로 귀가 중 홀로 실종된다. 2주 간의 스페인 현지 경찰 수색에도 실종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그동안 그의 가족은 페이스북에 고 펀드미(Go Fund Me) 활동을 진행하여 고액의 후원금을 모금한다. 

스페인 현지 경찰은 집중 수색에도 진척이 없자 결국 작업을 중단했고, 이후 사설 수색팀이 실종자를 찾고 있지만 한 달 여 동안 별 소식이 없다. 그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페이스북에는 실종자 제이 슬라터(Jay Slater)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는 채팅 그룹이 형성되었다. 하지만 실종자 수색이 장기화 되어 갈수록 그의 예전 폭행 전과와 방탕했던 생활들이 조명된다. 

급기야 제이 슬라터가 휴가지에서 노름이나 마약을 하다가 돈이 떨어져 실종으로 꾸민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난무한다. 현지에서 체류 중인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비방으로까지 이어진다. 

급기야 고 펀드미 측은 "이 캠페인에 대한 사실관계를 검토 중이며, 자금이 실종자 가족에게 직접 전달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기금이 이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SNS에 퍼지기 시작한 루머에 대한 공식적인 반응이었다.


<사건 둘>

작년 2023년 1월. 초등학교에 두 딸을 등교시킨 후 개와 강가 산책을 하던 평범한 여성 니콜라 불리(Nicola Bully)가 실종된다. 중년의 백인 여성으로 모기지 중개인였던 그녀는, 강가 벤치에 실종 직전까지 통화했던 핸드폰만 남겨 놓은 채 흔적 없이 사라진다.


같이 산책하던 개 만이 강가 주위를 맴돌고 있을 뿐이었다. 실종신고가 접수되자마자 지역 경찰이 대대적인 실종자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근처 지역 주민들은 그녀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며 촛불을 켠다.

2주 넘게 실종자 수색이 진행되었지만, 아무 단서가 없이 여러 가지 억측만 무성하던 때였다. 지역사회 요구로 해당 지역 경찰청 여성 간부가 언론을 상대로 관련 사건 브리핑을 한다.

지금까지 수색 결과 이번 사건은 단순 실족사로 예상되며, 강물 속에서 실종자 수색에 집중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브리핑 중에 실족사로 판단한 근거를 밝히지 않았고, 대신 실종자가 평소 음주 문제가 있었으며, 갱년기 증상으로 약을 처방받고 있었다는 아주 개인적인 정보를 언급한다.

이후 SNS에는 이 사건의 음모론이 확산된다. 자살인가 사고인가. 아니면 누가 그녀를 살해한 것인가.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어린 딸들과 엄마의 귀가를 소망하는 그녀의 배우자가 살인한 것 같다는 루머까지 온라인상에 확산된다.

실종자 가족은 경찰 측의 수사 태도와 언론 브리핑을 문제 삼아 강하게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여성 경찰 간부를 비아냥거리는 밈이 돌기도 했다. 

이후 사설탐정을 자처하는 사람들, 자극적인 소재를 찾는 유튜버 등이 실종 현장에 나타나 파파라치 사진을 찍고 무작위로 SNS 방송을 하기에 이르렀다. 경찰은 실종자 수색뿐만 아니라 불법 촬영 및 배포자를 찾아 사법 판단을 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었다. 그 사이 실종자 가족들이 겪었을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이 두 사건 모두 실종자 수색 한 달여 만에 시신을 찾았고, 모두 사고사로 판명이 났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목도한 사회 현상은 바라보기 대단히 고통스럽다. 근거 없는 소문 그리고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온라인 메시지를 조작한 스크린숏, 경우에 따라서는 실종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꾸며진 가짜 비디오에 기반한 일련의 황당한 이론들이 SNS를 가득 장식했다. 이렇게 가공된 소식들은 무수한 답글들과 좋아요 버튼으로 응원받았다. 

왜 사람들은 미스터리에 열광하는가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클릭수에 따라 돈을 버는 SNS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클릭수에 따라 돈을 버는 SNS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elements.envato
 
인류학자 클리퍼트 기어츠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이 아무리 숭고한 이상을 품더라도 금세 다시 도파민을 자극할만한 문제로 귀결되고 마는 것은 자연선택의 아이러니다. 인간은 자신이 자아낸 의미의 거미줄에 매달려 있는 동물이다."

인간의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물질인 도파민은 '로큰롤 화학 물질'이라는 별명답게 쾌락주의와 한데 뭉뚱그려 이야기될 때가 많다. 미스터리한 느낌이 주는 재미, 보상 패턴을 벗어난 자극에 엄청난 도파민이 분출된다. 불가사의한 실종 사건을 다룬 기사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탐정 소설과 같은 상황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도파민을 계속 흥분시킨다. 예측 불가의 결말을 상상하면서 짜릿함을 느끼는 것이다.

스크린 뒤 익명이라는 보호막 아래에서 '책상에 앉아 자판을 두드리는 싸움꾼(Keyboard Warrior)'이나 '탁자에 앉아 상상하는 수사관(Desk detective)'이 넘쳐 난다. 남들의 불행에 사실이 아닌 음모와 추측, 상상력이 가미되고, 이것이 사회소통네트워크(SNS)와 만나면 그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너무 많은 정보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은 채 자극을 위해 넘쳐나고 있다. 

조작 또는 허위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이 직접 모습을 드러냈을 때 너무나 일반인들이어서 놀라울 때가 많다. 처음부터 나쁜 의도를 가지고 행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심각한 문제의식 없이 그저 돈을 따라 행동한 사람으로 보일 때도 많다. 

내용의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클릭수에 따라 돈을 버는 SNS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 소셜 미디어의 성장에 비해 사회 시스템이 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잘못된 SNS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소비자가 많아질수록 시스템 보완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허위 정보들에 댓글이나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소비자의 간단해 보이는 행동이, 때로는 거짓 정보들을 양산해 내는 일을 도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반인들이 자각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 간 서로 존중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너무 많은 정보에 노출되다 보면 내 생각이 맞는지 의심스러워지기도 한다. 잠깐이라도 하루 중 나를 위한 시간을 갖자. 남의 생각을 읽기만 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내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새벽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30분을 활용해 보니 좋다.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부담이 없어야 계속할 수 있다. 

비교적 검증된 책이나 칼럼을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찾는다. 거기에 내 생각을 한 줄 정도 적어보는 시간이 어지러운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내 신념을 갖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시간 나는 대로 자연을 가까이 하자. 혹자는 도파민 활성화를 위해 운동을 권하기도 한다. 땀 흘리며 노력하고 난 후 상쾌한 각성의 시간에 분비된 도파민은 좀 더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재미있게 살아가는 방법을 다양하게 찾아보자.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데에 더 많은 의미를 두고 건강한 도파민 분출 거리를 찾아보자. SNS에는 여러 사람들과 같이 나눌 만한 이야기, 내가 아는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 활용해 보자.

스스로도 이 글을 쓰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눌 만한 좋은 주제인가 수십 번 고민해본다. 글을 통해 SNS의 순기능을 고민하고 이야기 나눠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브런치 사이트에도 게재됩니다.
#영국실종사건 #무분별한SNS기사 #피해자들의고통 #도파민활성화 #SNS순기능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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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영국에서 활동중인 김명주 입니다. 현지에서 소재를 찾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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