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이재명, 민주당 간판 걸고 한 판 붙자"2023년 7월 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다. 브리핑을 마치고 이동하던 원 장관은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 간판 걸고 한 판 붙자"고도 했다.
남소연
시발점이 언제인지는 불명이지만, 확실히 이번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 주요 국면마다 그가 연출한 장면들은 수준 이하였다. 그나마 희미하게 갖고 있던 개혁 보수로의 정체성마저 파괴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해묵은 '색깔론'을 꺼내든 점을 들 수 있다. 그 자신이 운동권 출신이고, 보수 정당에서 활동하면서 끊임없이 '빨갱이' 공격에 시달렸던 게 바로 그였다. 그랬던 그가 한동훈 대표에게 '좌파'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한 대표의 장인과 이모부 같은 가족들까지 들먹이고 나섰다.
원 후보는 한동훈 대표의 검사장 출신 장인이 제17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새천년민주당 경선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던 점을 지적했고, 한 대표의 이모부가 과거 민청학련(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주동자라고 주장하고 나섰다(관련기사:
한동훈 "김의겸보다 못하다" 직격... 본전도 못 찾은 원희룡 https://omn.kr/29e9q). 한동훈 대표는 당시 "저를 어떻게든 좌파 몰이를 하시는데, 정말 2024년 국민의힘의 전당대회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정말로 황당한 이야기"라고 반응했다.
"민심 너무 가볍게 생각... 당분간 잠행할 수밖에"
원희룡 후보는 그 어떤 전당대회 경선 후보보다도 '네거티브'에 진심이었다. 자신의 공격은 '검증'이라고 이름을 씌우면서, 정작 그가 보여준 건 하나같이 구태였다. 한동훈 대표가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지난 총선에서 고의로 패배했다'라는 음모론적 시각에 기대는가 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10초' 통화했다며 오히려 본인이 더 '윤심'에 가깝다는 뉘앙스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책과 관련된 질문들에서도 그의 우향우는 뚜렷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논리를 펴는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한 비판마저 막힐 수 있다고 극우 기독교적 세계관을 자랑했다. 대한민국의 건국이 언제인지 물으면서 철 지난 '건국절' 논란도 재소환했다. 외국인 투표권, 최저임금, 원자력발전소 문제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 중 상당수는 과거의 자신을 부정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한 대표가 작심한 듯 원 후보의 과거 발언을 하나씩 건져 올리며 지금과 왜 태도가 바뀌었는지 지적했을 때, 그는 해당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도리어 한동훈 대표의 토론 태도를 '메신저를 공격하는 화법'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이 가장 한동훈이라는 메신저 공격에 열을 올렸다. 전당대회가 진행될수록 그의 '내로남불'은 더 거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