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배낭여행제주도 배낭여행
김기은
대학교 1학년 때 제주도 배낭여행을 선배들, 동기들과 갔었다. 서울에서 통일호를 타고 목표에 새벽에 도착해 몇 시간의 노숙을 한 후 첫 배를 타 제주도에 도착하자 했을 때 탐험가가 된 듯했다. 그때 제주도에서는 한번 비가 내리면 내 무릎까지 차올라 물길을 헤치며 이동해야 했다. 또 비가 계속 와서 텐트를 치지 못해 오랫동안 방치된 폐건물에 들어가 주변 청소를 하고 숙박을 해결하려고 했다.
침낭을 펴고 자려고 할 때 우르릉 쾅쾅 하는 소리가 들리고 건물이 흔들거려 밖으로 뛰쳐나왔더니 건물 한쪽 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벽돌들이 사방이 흩어졌다. 벽돌이 무너져 내려 깨끗하게 드러나 시멘트벽을 보면서 다시 건물에 들어가 자야할지 그냥 안전하게 노숙을 해야할지 한참 동안 갈등을 했던 적이 있었다.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나만의 무용담이었다(운이 좋았다, 절대 따라하면 안 된다).
어린 시절 비는 일상생활에 일탈과 모험의 세계로 초대하는 기분좋은 추억이고 낭만이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직장을 다니면서 부터는 전혀 달라졌다. 황사비 맞으면 머리 빠진다고 검은비를 피해 다녀야 했고, 비가 올 때의 상쾌함은 사라지고 기분나쁜 후덥지근함이 나의 짜증을 빠르게 업그레이드해주곤 한다.
최근에는 마른 하늘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스콜 현상까지 발생해서 비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냥 비를 맞아도 좋았던 어린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나는 몸으로 체험하고 느끼며 자연을 누리고 살았었는데 이런 경험을 지금의 아이들은 부모가 시간을 내어 돈을 지불해야만 경험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버린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옛날 사진을 둘러보면서 그때 비를 맞아도 마냥 즐거웠던 시간들을 회상해본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 수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나만의 멋진 모험을 하나씩 경험하면서 차곡차곡 저축을 해두었다가 어른이 되어 하나씩 꺼내어 볼 수 있는 낭만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룹 'XMZ 여자들'은 세대간의 어긋남과 연결 그리고 공감을 목표로 사소하지만 멈칫하게 만드는 순간을 글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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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가득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24년차 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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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아도 마냥 즐거웠던, 그 시절 낭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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