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잡은 손
김승훈
그러고 나니 딸이 화낸 걸 다시금 보게 됐다. 본인도 준비물 생각을 하긴 했단다. 어릴 적 나처럼 아빠가 무서워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아이가 아니었다. 나는 못 그랬는데,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대견하기도 했다.
나는 마음을 고쳐먹고, 딸에게 내 상황과 감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아빠가 그래도 어른인데 먼저 잘 챙겨주지 못해 미안해. 어제 우리 늦게 잤고, 아침에 바로 회사에 갈 준비를 하느라 미처 생각을 잘 못했어. 그렇지만 바쁠 땐 서로 도와줬으면 좋겠어."
딸은 혼자서 구시렁대면서도 씩씩하게 가방을 쌌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바로 풀리기를 바란 건 아니었으니.
딸과 허둥지둥 집에서 나와 평소 하던 대로 서로 손을 잡고 학교로 갔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아이에게 말했다.
앞으로도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말하는 딸이 되길 바란다고. 대신 상대를 존중하되, 네 감정과 상황에 대해서 용기있고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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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살 딸의 말대꾸 앞, 화내기 전 문득 떠오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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