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된 은광. 지금은 박쥐가 주인이 되어있다.
이안수
6,000피트(1,800m) 깊이의 6개 협곡이 나락처럼 입을 벌린 이 협곡 곳곳에는 경이로운 삶과 죽음이 펼쳐지고 있었다. 포식자들과 절연하기 위해 바위 절벽 험난한 환경의 삶을 택한 산양이나 큰뿔양처럼 스페인 침략자들에 타협하거나 맞서는 대신 더 깊고 높은 곳에서 은둔하는 삶을 지속하고 있는 타라후마라(Rarámuri) 사람들이 그들의 습속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반면 금과 은과 구리의 부를 찾아 그 협곡으로 들어온 사람들도 만났다. 인간의 도덕과 법을 넘어서는 범죄의 현장을 만났으며 그 잔혹함에 맞서 질서를 사수하려는 사람들을 만났다.
트레킹 중에 발아래의 쓰레기를 줍기 위해 연신 허리를 굽히는 사람, 손이 닿을 수 없는 깊은 계곡 여울의 바위 사이에 모여 맴돌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남자를 만났다.
시에라 마드레 옥시덴탈을 횡단하는 이 여정은 사전에 계획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지도상에서는 10여 km의 직선거리로 보였지만 중간에 넘을 수 없는 산이 가로막혀 백 수십 km를 돌아야 하고 불과 몇 km의 직선거리이지만 건널 수 없는 계곡으로 막혀 다시 수십 km를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현지에서 그 사정을 파악할 수밖에 없으며 그 길 조차도 현지인들에게 탐문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