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세훈 본대학 한국학과 교수의 독일과 한국에서의 전쟁과 기억 문화 강연
광복회
권세훈 교수는 '전쟁과 그에 따른 기억 문화가 독일과 한국에서 어떻게 다르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두 나라의 전쟁 경험과 그로 인한 기억 문화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했다.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이 각각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당사자였지만, 그 출발점은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유럽 침략으로 시작되었고, 한국전쟁은 남북한 간의 국지전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두 전쟁 모두 국제전으로 발전하면서 막대한 파괴와 비참함을 초래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냉전의 결과, 독일은 동서로 분단되었고, 한국전쟁은 남북 분단을 거의 영구화시켰다. 권 교수는 독일과 달리 한국의 경우, 같은 민족 간의 엄청난 희생이 통일을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전쟁에 대한 기억 문화는 국토 분단과 이데올로기 대립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서독과 남한에서는 공동의 기억이 불가능했으며, 오로지 일방적인 기억만이 존재했다. 동독에서는 소련군 전승 기념비와 T-34 전차가 전시되었지만, 북한에서는 참전한 중공군의 기념비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을 예로 들며, 이는 북한의 선전 전략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한의 인천에는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많은 한국인에게 통일의 꿈을 현실화시킨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 모두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그 근본적인 목적은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나치에 희생당한 유대인들을 기리는 '스톨퍼슈타인'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이웃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1980년대 민주화 이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전에는 민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평화공원이 조성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에 대한 기억은 문학, 영화, 미술을 통해 주로 비판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권 교수는 말했다. 독일 문학에서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이 대표적이며, 이는 나치의 몰락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고발한다. 한국 문학에서는 최인훈의 '광장'이 대표적이며, 한국전쟁의 비극과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의 과거사 화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 스포츠와 정치적 측면도 언급했다. 독일과 이스라엘의 축구 경기는 독일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전환점을 마련했고, 한국에서는 남북 단일 팀이 구성되어 국제 대회에 참가한 사례가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장면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예로 들며, 두 나라가 화해와 평화를 위해 노력한 사례들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이 과거의 전쟁과 기억 문화와 관련하여 여전히 많은 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과거사 반성과 소수 민족에 대한 화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극우 세력의 부상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한국은 남북 관계에서 새로운 긴장과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결론지었다.
권세훈 교수는 이 강연을 통해 독일과 한국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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