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광을 통한 공간 드러냄에 의지하는 롱샹성당자연광을 통한 공간 드러냄에 의지하는 롱샹성당
경희대출판부
- 르코르뷔지에의 대표적인 건축인 롱샹 성당과 라투레트 수도원 부속성당에서 자연광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롱샹 성당과 라투레트 수도원 부속성당에 유입되는 자연광은 이 두 건물을 가장 높은 수준인 감동으로서의 공간이 되게 하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합니다. 외부로의 전망이 자제되고 거친 마감으로 이뤄진 이곳 예배공간은 성스럽고 숭고하지요.
하나는 매우 조형적이고 다른 하나는 단순한 상자형이라는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형상과 내부공간임에도 이 두 예배공간의 자연광은 유입구의 엄선된 위치 선정과 절묘한 모양 및 방법의 선택으로 인해 빛을 동반하는 색과 어우러지며 두 예배공간을 '형언할 수 없는 공간'의 대표작이 되게 합니다. 건축에서 자연광의 위상이 어떠한지를 웅변하는, 깨달음을 얻게 하는 장소지요.
유입된 모든 빛이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또한 조합되어 또 다른 존재 의미를 창출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건축가들에게 20세기에 지어진 건물 중 가장 우수한 것을 묻는 설문에서 이 두 건물이 단연 1위와 2위로 뽑힌 적이 있는데, 건축 전공 여부와 무관하게 방문해 건축이 줄 수 있는 최고의 감동과 자연광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 르코르뷔지에는 인도처럼 무덥고 냉방설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열악한 기후조건에 건축적으로 어떻게 대응했을까요?
"영국에서 독립한 지 3년밖에 안 된 빈국이었던 인도에서 르코르뷔지에는 열대의 태양이라는 엄청난 장애물을 두고 현대적 건설기술과는 거리가 먼, 아주 저급한 재료와 기술로 서구적 도덕과 미학보다는 인도의 신념과 필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임무에 부닥쳤지요.
그는 냉방설비는 꿈도 꿀 수 없는 여건에서 극도로 적은 예산으로 오늘날의 패시브 건축이나 건축의 지속가능성 모두에서 주목하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자연통풍에 의한 원활한 환기를 극대화하는 방안에 집중했습니다. 태양의 궤적과 계절별 각도를 확인해 차양을 뜻하는 브리즈 솔레이어와 그늘막 지붕을 설치했습니다.
또한 가장 더운 시기의 주요 풍향을 확인하고 자연통풍으로 열기가 내부에서 빨리 빠져나가도록 건물의 방향을 정하면서 복층형 내부공간을 도입하고 건물 안쪽 깊숙이 외부가 들어오게 해 짙은 그림자의 공간을 제시했지요.
이런 조처는 전기나 기계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그늘을 만들거나 바람을 활용해 공기 순환이나 증발 냉각을 유도하는 등 전통적이고 자연적 현상을 활용해 실내온도를 낮추고자 하는, 저탄소 냉각 성장 방안 중 하나인 수동 냉방(Passive Cooling) 방안과도 상통합니다."
- 르코르뷔지에의 친환경 건축은 오늘날의 건축계에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그의 친환경 건축이 오늘날의 건축에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요?
"지극히 적은 예산으로 무더운 인도에서 냉방설비가 없이 살며 일하는 공간을 제공해야 했던 르코르뷔지에의 방안이 평균 이상의 초기 비용 투입을 요구하는, 오늘날 말하는 것만큼의 안락과 쾌적함을 보장하는 친환경 건축 같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앞서 말한 인도에서의 대응법은 이후의 건축에서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지요. 차양이나 그늘막 지붕 도입, 상시 더운 곳에서 내부 깊숙한 곳의 외부화같이 르코르뷔지에가 활용한 방안은 더운 나라들의 이전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지혜가 녹아든 대응법이기도 합니다. 르코르뷔지에는 이런 과거에서 찾을 수 있는 교훈을 오늘날의 재료와 구법으로 풀어냈습니다.
르코르뷔지에의 인도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제자로서 인도 건축가인 도시(Balkrishna Doshi)를 2018년 건축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건축상 수상자로 결정하면서 심사위원회는 "좋은 건축, 좋은 도시계획은 단순히 '용도와 구조물의 결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후, 입지 특성, 지역적 맥락에 대한 깊은 이해가 기술 및 장인정신 등과 어우러져야 한다는 사실을 도시가 보여주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그가 설계한 건물이 "시적이면서도 기능적이다. 인도의 역사, 문화, 전통건축 양식과 아울러 변화하는 시대상이 담겨 있다"라고 치하했습니다. 이는 도시가 인도의 기후조건에 대응하는 르코르뷔지에의 근대적 방식에서 큰 교훈을 얻은 덕분이었지요.
자신의 여러 작업에 그늘막 지붕을 도입해 아프리카에서도 가장 생활 수준이 낮은 빈국인 부르키나파소에서 별도의 공조설비 없이 내외부 환기와 온도 유지가 가능케 해 2022년에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케레(D. F. Kéré)의 작업도 지역의 토속적인 자재와 기술을 혁신적으로 적용한 사례입니다."
- 갈수록 지구온난화가 심화되고 있는 기후위기 시대에 건축적으로 어떤 도전과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나요?
"요즘의 급변하는 기후를 보면 거주환경 개선 문제를 넘어서 이제는 인류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프랑스 파리 등 그동안 냉방설비 없이 더위를 버텨온 지역에서도 지구온난화의 피해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고자 에너지 효율성 향상, 재생 가능 에너지 사용, 친환경 재료 적용, 기후변화 적응 설계 수행 등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패시브 디자인, 재생 가능 에너지 활용, 저탄소 건축 자재나 생분해성 재료 같은 친환경 재료 사용 방안 등이 연구되고, 최대의 에너지 효율을 도출하기 위한 AI 및 머신러닝 활용, 그린 빌딩 인증제도 같은 법규 강화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르코르뷔지에 건축의 자연광과 지속가능성 - 친환경 건축을 추구한 빛의 건축가
이관석 (지은이),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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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광을 중시한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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