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백이산
이완우
임실 백이산(754m)은 호남정맥의 한 갈래인 성수지맥의 두만산에서 나왔다. 그리 우람하지는 않지만, 계곡은 자못 깊숙하고 산봉우리의 맵시가 번듯하다. 이곳은 570년 전 하늘 아래 마음 둘 곳 없어 숨어든 한 충신의 산속 생활 터전이기도 했다.
세조에게 단종이 폐위(1455년)되자, 하늘이 무너지듯이 여긴 전라도 도사 송경원(1419~1510)은 그의 재종형(6촌 형)인 형조참판 송간(1410~1480)과 함께 영월로 달려갔고 계룡산 동학사에서 김시습(1435~1493) 등과 모여 단종의 3년 상까지 모셨다. 그 후 송간은 남해 바닷가 고을인 흥양(현 고흥) 마륜의 산속으로, 송경원은 임실 백이산의 북쪽 버드나무골에 은둔하였다.
송경원은 백이산 버드나무골 개구리 평전의 어름샘 옆에 숨어 지낼 터를 잡았다. 계곡은 숲 그늘이 말끔하여 터를 다져서 세 중방 정자를 얽었고, 띠 잘라 처마를 두르고 돌 포개어 섬돌을 쌓고 대쪽 걸어 지게문 만들었다. 해마다 백이산 자락에서 멧살구와 진달래는 저절로 무성하였고, 복령과 창출을 캐며 죽순과 고사리로 먹거리를 하여 산속에 숨은 한 몸이 지낼 만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