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제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주형환 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얼마 전 한국 정부는 '국가의 밤'에 비하면 선진적인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것이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서 전망한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이 0.68명이라는 초유의 상황을 타계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이는 표현이다.
정부는 부모 1인당 육아휴직 급여를 첫 3개월 동안 최대 250만 원으로 상향하고, 육아휴직 실질 사용을 늘리기 위해 대체인력지원금 120만 원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5세까지 무상돌봄 시스템과 11세까지 국가보육책임,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대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기 위한 주택 마련 대출요건 완화 등 구체적인 대책들을 함께 발표했다.
그동안 '양육' 분야에 집중됐던 예산을 '일·가정 양립'으로 전환하겠다는 방향성은 긍정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KDI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생과 직결된 예산 중 87.2%가 '양육' 분야에 집중됐지만, '일·가정 양립'에는 8.5%만 지원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신규 정책은 국비 사업의 80% 이상을 '일·가정 양립'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이를 많이 낳게 하기 위한 유인책으로서 정책과 사회적 육아를 국가책임으로 보는 관점에서의 권리 보장 정책을 현실에선 선을 딱 긋고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저출생 정책은 육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향상시키고,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국가비상사태'라는 표현에 비해, 정부가 발표한 내용들은 여러 한계가 존재하고 부족한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예산투입과 현금지원의 규모가 미흡하다는 점, 고용보험 미가입자 혹은 경제 취약계층 등 사각지대가 명확하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비판이다.
실제 OECD 평균 가족 지출(아동수당, 육아휴직 급여, 보육 서비스 지출 등)이 GDP의 2.12%인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1.37%에 불과하다. 현금 지원 영역으로 가면 OECD 지출 평균이 1.1%인데 비해, 한국은 0.2% 수준으로 더 열악하다. 또한 정부의 주택마련 대출요건 완화의 대상은 집을 구할 수 있을 만한 경제력을 갖춘 신혼부부만이 그 대상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이 중 주목하고 싶은 지점은 바로 '사각지대'다. 사실 저출생 정책에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저출생' 대책 그 자체에 원인이 있다. 정부는 애초에 '저출생'을 해결하겠다고 했지, '사회 불평등'을 해소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
실제로 합계출산율만 올리면 된다는 목표라면 중산층 대상 정책이 투입 대비 효과가 좋을 것이라는 추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2019년 출산 가구 가운데 상위층 비중은 54.5%, 중위층은 37%인데 반해 하위층은 8.5%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출산 가능성이 높은 상위층과 중위층에 예산을 집중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밝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금 및 보육 지원 정책은 소득 4분위(상위 60~80%) 가구의 합계 출산율만을 높였다고 한다. 주택마련 대출요건이 핵심 저출생 정책인 것을 보면, 정부는 합계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오히려 그 대상을 명확히 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예시를 들어보자. 한국 사회는 기혼 가정의 출산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합계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라면 결혼을 시켜야 하고, 되도록 빨리할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하며, 비혼 출산 혹은 한부모 가정 등에 대한 지원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아이를 출산하기 어려운 동성커플에 대한 사회적 권리 역시 관심받기 어렵다. '저출생'이 사회적 과제의 최우선이라면 발생하는 부정적 요인들이다. 국책연구기관이 여성을 조기 입학시켜 사회진입 시기를 앞당기는 것을 저출생 정책이라고 내놓는 것 역시 합계출산율에 대한 맹목적 집착에서 발생하는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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