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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서류로도 대출, 급한 불 껐어요", 용인시민기금 순항중

용인 지역사회의 '비빌 언덕', 그 효능을 확인하다

등록 2024.08.07 09:41수정 2024.08.0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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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은행 같은 데는 대출 한번 받으려고 하면 몇 번이나 방문해야 하고, 내야 할 서류도 한두 가지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몇 번의 통화 후 신청서와 간단한 서류만으로 바로 대출이 되니 상당히 편했어요.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어서 경영에 큰 도움이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사회적협동조합 '사다리'의 민순기 이사장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민 이사장이 말하는 '여기'는 다름아닌 '용인시민기금'이다.
 (왼쪽부터) 사회적협동조합 거북이날다 김윤희 이사장, 사회적협동조합 사다리 민순기 이사장, 사회적기업 행복한사과 박원환 대표
(왼쪽부터) 사회적협동조합 거북이날다 김윤희 이사장, 사회적협동조합 사다리 민순기 이사장, 사회적기업 행복한사과 박원환 대표용인시민신문

용인시민기금은 용인시사회적기업협의회, 용인시협동조합협의회, 느티나무재단 등 단체들과 용인시민들이 크고 작은 금액을 모아 조성한 일종의 자조기금이다. 사회적 가치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용인 지역 단체와 사회적경제 기업 등에 든든한 비빌 언덕이 되겠다는 취지로 2022년 11월 공식 출범했다.

용인시민기금은 시민사회에서 1억360만 원의 금액을 모은 후 경기도 사회적경제 기금을 매칭해 2억720만 원의 기금을 조성했다. 현재 5개 기업과 단체 혹은 개인이 부금을 납입하고 있으며, 4개 단체에 8000만 원을 대출해 자금의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출범한 지 1년 반이 지난 용인시민기금은 순항하고 있을까? 출범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고 지역사회에 비빌 언덕이 되고 있을까?

시민기금을 이용한 단체나 개인은 어떤 상황에서 기금의 문을 두드렸으며 대출은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이 됐을까? 지난 7월 19일 시민기금을 이용하는 기업 3곳을 방문해 사연을 들어봤다.

먼저 수지구 동천동에 자리잡은 '사회적협동조합 사다리'를 방문해 민순기 이사장과 대화를 나눴다. 사다리는 지역 청년들의 자립을 위해 2015년 설립됐으며 인쇄홍보물 디자인, 웹디자인, 디자인 교육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교류하고 있다.

"사업장 이전을 해야 해서 비용이 필요했어요. 큰 금액은 아니지만 현금 여유가 없었는데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덕분에 이사도 잘하고 안정적으로 경영을 해서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고요. 무엇보다 용인시민기금은 신청 절차가 간편해서 부담이 없었고, 원금과 이자를 분할해서 상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다리는 공공기관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작업 대가를 후불로 받는 경우가 많아서 일시적인 자금 경색이 생긴다고 한다. 민 이사장은 "최근 통장 잔고가 0원이 되는 바람에 상환유예를 신청했는데 흔쾌히 받아들여져 한숨 돌리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그는 "사회적경제기업은 대체로 영세하고, 성장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대출기간도 길어야 한다"며 "용인시민기금은 2년씩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덧붙였다.


다음 방문지는 기흥구 동백동에 위치한 '거북이날다 사회적협동조합'. 교회 2층에 있는 널찍한 사업장에서 김윤희 이사장을 만났다. 거북이날다는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해 장애인 부모들과 주변 활동가들이 참여해 설립했다.

사업장은 바우처 사업을 염두에 두고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센터로 조성된 곳이었다. 센터 조성에 필요한 임대보증금을 용인시민기금 대출로 충당했다.

그러나 거북이날다는 바우처 기관으로 선정되지 못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우처 사업 선정이 안 됐으니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무리였다.

당장 수익사업이 없으니 매달 나가는 월세도 부담이 됐다. 조합원들이 동요했고 탈퇴한 조합원들도 있었다. 김 이사장은 남은 조합원들을 추스르며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기업엔 단비와 같아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못한 초기였는데 시민기금 도움으로 센터를 만들 수 있었어요. 시민기금이 아니었다면 쉽게 시작하지 못했을 겁니다. 센터는 사용하지도 못하고 이전해야 할 처지이지만 위기가 기회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힘들어도 아이들을 보면 또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 부모의 숙명이니까요. 돌봄이 필요한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울타리는 꼭 필요한 일이고 어른들의 일터가 누군가의 쉼터가 된다는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거북이날다 조합원들은 고민 끝에 발달장애인의 자활과 힐링을 돕는 블루베리 치유농장을 운영하기로 했다. 폭염에도 8시간씩 수확한 블루베리 생과를 판매했고, 수확철이 지난 지금은 블루베리잼 가공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외에도 수익 사업을 위해 다른 농산물 가공식품도 개발 중이다.

이어 처인구 모현읍 용인자연휴양림 내에서 매점과 음식점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행복한사과'를 찾아 박원환 대표를 만났다. 박 대표는 음식점 주방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일하다가 우리를 맞았다.

행복한사과는 주로 사과와 사과즙을 판매해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15년에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작년에 사과값이 오르고 물량이 부족해서 경제적으로 타격이 심했다.

보통 연 매출이 14억 원 정도 되는데 작년에는 10억 원에 그쳤다고 한다. 자연휴양림 매점과 음식점은 현재 8년째 위탁운영 중인데, 작년과 올해는 주로 위탁사업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식당은 처음 해봤는데 너무 힘들다"고 손사래를 쳤다.

시민기금을 이용하는 다른 업체에 비해 사업 규모가 큰데 몇 천 만 원의 대출로 실질적인 도움이 됐을까. 박 대표는 "그럼요. 급할 때 잘 썼습니다"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는 시민기금에 바라는 점도 잊지 않았다.

"시민기금이 기업이 처한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운용됐으면 합니다. 대출금 대부분 상환하고 소액만 남았을 때는 남은 금액을 일시에 갚고 신규 대출을 다시 해주면 좋겠어요."

업체 3곳을 방문하며 "어려움도 있고 굴곡도 있지만 시민들의 정성이 모인 시민기금이 지역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아직 소소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비빌 언덕이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기금운용에서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현장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깨닫게 되었다.

한편, 용인시민기금은 용인시사회적기업협의회 김민정 회장과 느티나무재단 박영숙 이사장이 공동대표로 있다.

기금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기 위해 대내외 인사 8명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가 주요 사항을 결정한다. 또한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인 재단법인 밴드가 기금운용의 실무를 맡고 있다.

용인시민기금 공제기금에 가입하거나 대출받을 수 있는 자격은 용인시에 주소 또는 실질적 활동 소재지를 두고 있는 개인과 기업, 단체 등이다.

공제기금에 가입해 매월 일정액의 부금을 납입하다가 자금이 필요할 때 납입한 부금의 최대 5배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재단법인 밴드(070-5099-1672) 또는 용인시민기금 사무국(070-7777-4686)으로 문의하면 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기금 박형영 운영위원·곽선진 사무국장이 작성했습니다.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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