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문화통신사협동조합에서 진행된 전통주페어링 행사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호
만드는 사람이 좋다. 그냥 만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즐거이 만드는 사람. 제가 만드는 것과 그것이 만나 부닥치며 벌어지는 광경들을 즐거워 하는 이가 좋다. 세상에 없던 것이 있게 되고, 벌어지지 않을 것이 빚어지는 일. 비롯할 창에 지을 작, 창작과 창작하는 이를 나는 애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7월 중순, 세찬 빗줄기가 중부지역을 휩쓸고 지나간 얼마 뒤였다. 문화의 도시이며 만남과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고을 전주를 찾았다. 지난 5월 영화제를 찾았다가 독립서점 경원동샵의 책장을 계약한 덕분이다. 전주까지 가는 길 대전 관저동 <관저마을신문>을 방문해 열의 가득한 편집회의를 참관했고, 또 그 주변 어느 카페에서 내가 쓴 평론을 좋아한다는 이들과 만나 팬사인회 비스무리한 것도 했다.
또 작은 책모임을 진행하고, 인터뷰를 하고, 사귀고픈 이들을 불러내 시간을 가졌다. 미루고 미루었던 여러 만남과 행사들을 숙제하듯 해치우며 전주까지 이른 길, 마지막 남은 것은 내가 이 여정을 시작한 이유이기도 했다.
경원동샵은 책장주들을 불러모아 이따금 반상회를 갖는다 했다. 저마다의 이유로 책장 하나씩을 임대해 작고 소중한 서점을 연 이들이다. 그 공통점 하나만으로도 서로에게 다가서는 데 거침이 없다.
이번 '김성호의 바로여기'에서 소개할 곳은 이날 반상회가 끝나고 찾은 뒤풀이 자리. '문화통신사협동조합'이라 이름 붙은 요상한 회사의 독특한 건물이다. 원도심 외곽 쓸쓸이 늙어가는 지역 가운데 선 이 건물에서 '전통주페어링' 행사가 열린다 했다.
술이면 꺼뻑 죽는 술쟁이가 빠질 수는 없는 노릇, 잠시 들려 맛만 보고오자 한 것이다. 제 자식 선봬듯 다감하게 말씀하는 어느 술도가 대표의 말을 듣고서 밤 차표를 취소한 건 배필 우에 그럴 연, 짝지를 만나듯이 꼭 그러할 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