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시장시장 재개발을 둘러싸고 개발업자와 상인 간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낙후되어버린 시장엔 사람들의 발길이 점점 끊기고 있다.
김성호
재개발과 투기자본, 그들이 기능하는 방식
재개발은 부동산 투자며 투기와 따로 떼어놓을 수 없다. 낙후된 지역을 다시 정비해 도시의 환경을 개선하는 재개발이 일확천금, 막대한 시세차익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성공사례로 학습한 게 오늘의 시민들 아닌가. 건물과 부동산이 삶을 꾸려가는 공간이 아닌 투기의 수단으로 기능하는 상황에서 필요보다 과잉된 재개발을 요구하는 건 차라리 자연스럽다.
과잉된 재개발은 한국사회 곳곳을 좀먹는다. 건설폐기물이 매립장을 가득 메우고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불어남에도 재개발 논의에서 폐기물 담론은 얼마 나오지 않는다. 자기자본 비율이 채 5%도 되지 않는 투기자본이 개발사업을 이끄는 비정상적 사례가 부동산PF의 전형으로 자리 잡고 마침내 한국 금융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다. 개발이 모두를 이롭게 하리라는 신앙 아래 언제가 될지 기약 없는 재개발만을 기다리며 보수 없이 낙후되어가는 지역이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재개발 담론에서 실제 생활하는 이들, 거주하고 영업하며 오가는 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소외된다는 건 생각해봄직한 일이다. 투기자본이 개발사업에 참여해 가장 큰 과실을 취하는 사례가 거듭 반복된다는 점도 그렇다. 이 과정에서 위법과 탈법이 반복돼 왔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분쪼개기는 재개발과 관련한 대표적 탈법 사례다. 재개발조합을 설립할 때 소유자수를 늘려 필요한 의사정족수를 유리하게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흔히 쓰여 온 것이 지분쪼개기다. 도시정비법령 등 각종 재개발 규정을 우회하기 위하여 확보한 소유자의 지분을 인위적으로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와 관련해 법원은 지속적으로 지분쪼개기가 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해 왔고, 지난해 8월 대법원 또한 "늘어난 토지등소유자들은 동의정족수를 산정함에 있어서 전체 토지등소유자 및 동의자 수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확인한 바 있다.
오류시장 상인들은 시장 재개발 이권을 노리고 들어온 민간개발업체의 지분쪼개기 시도에 맞서 승소한 역사를 가졌다. 시작은 수십 년 전 시장을 휩쓸고 지나갔던 재개발 사기였다. 시장에 들어선 젊은이들이 일부 상인들과 친분을 쌓고 웬 서류에 인감도장을 받아갔다고 했다. 시장 재개발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대로 사라졌다.